기후위기 속 미래 원예산업
기후위기 속 미래 원예산업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2.22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① 기후변화시대에 농업기상의 중요성

농업기상, 식량수급 좌우하는 주 요인으로 인식돼야
농업기상 조기경보시스템 강화 필요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봄철 냉·동해와 가뭄, 태풍, 품종선발, 재배적지 이동 등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양상은 다양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에 순응하여 생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다. 기후가 변화하면서 농작물의 종류와 품종, 재배방법 등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본지는 앞으로 전개될 기후변화 시대를 예측해 보고 그에 맞는 대응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우리는 매일 뉴스를 통해 ‘날씨’, ‘기후’, ‘이상기상’, ‘기후변화’ 같은 단어를 접하지만 뭐가 다른 것인지는 잘 모르고 지내기 일쑤다. 날씨는 해가 나는지, 구름이 끼는지 등 하늘의 상태를 말하는 순우리말이며, 이를 한자로 표현한 것이 기상이다. 보통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기상과 기후의 차이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기상이 점(點)이라면 기후는 이 점들을 연결한 선(線)으로 보통 과거 30년간 기록된 기상의 평균값을 의미한다. 또한, 이상기상은 엉뚱한 곳에 찍힌 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상학자들에 의하면 25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특이한 기상현상을 뜻한다. 반면, 기후변화는 지난 30년간의 평균 기상을 뜻하는 기후가 여러 요인에 의해 크게 달라지는 현상이다.

기후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기상전문가가 아니라, 기후에 순응하여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일 것이다. 어떤 고장에서 해마다 재배하는 농작물의 종류와 품종, 그리고 재배방법은 그 고장의 기후를 몸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기후에 대한 이해는 해마다 그맘때가 되면 그러한 날씨가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맘때 그 날씨가 아니라 아주 엉뚱한 날씨가 찾아오는, 이른바 기후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뚜렷하게 나타난 기후변화는 온도의 상승과 흐리고 비 오는 날의 증가이다. 온도의 상승은 이른 봄과 늦가을에 작물재배 가능기간을 늘여주는 이점이 있지만, 이에 반하여 흐리고 비오는 날의 증가는 일조시간을 줄여 농사 전반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종잡을 수 없는 태풍, 국지적 집중호우, 가뭄, 봄철과 여름철 이상 저온현상 등의 날씨의 변화는 그 규모가 커져 당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다고 못을 받았다. 지구온난화는 대기의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실가스가 증가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가 56.6%로 가장 많고, 메탄은 14.3%, 아산화질소는 7.9%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배출에 따른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전보다 47%나 증가하여 2021년 2월 현재 415ppm이다. 이어서 지구의 평균온도는 1880년부터 2020년 사이에 1.16℃나 올라갔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에서는 이와 같은 추세라면 21세기가 가기 전에 1.8∼4.0℃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만약 이 예측에서 가장 낮은 1.8℃ 상승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1880년부터 2020년까지 140년 동안 지구가 가장 더웠던 19년이 2001년에서 2020년 사이에 들어있다는 사실은 위의 예측을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세계 농수산 부문에 끼칠 영향으로 농업생산의 감소, 농작물의 재배적지 이동,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인구의 증가, 수산업의 저조 등을 들고 있다. 아시아 지역만 놓고 보아도 약 10억 인구가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고, 2050년까지 식량 생산이 30% 감소할 것이며, 산불 등 화재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 '월드워치연구소'는 내다보았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옥수수 등 주식이 30% 이상 부족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80년까지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는 것을 가정하면 영양 부족 인구는 최대 7억 7천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서 지구의 기온상승을 2.0℃ 이하로 1.5℃까지 유지할 것을 합의하였다. 또한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2009년에 기후스마트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의 개념을 도입하여 세계 각국에 전파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농업기상은 식량생산이라는 사회경제의 근간이 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기상과 별도의 체계로 관리되고 있다. 미국은 1995년까지 농업기상과 일반기상을 해양대기청(NOAA)에서 담당하다가, 1997년부터는 농업 중심의 주(州)에서는 별도의 농업기상관측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방 농촌진흥기관에서는 농업용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여 자체적으로 관측을 시작하였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농촌진흥청에서 지방의 농업용 자동기상관측장비를 통합하여 전국 규모의 농업기상관측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작물생육, 재배관리, 병해충 예측 등의 각종 농업활동과 농업예측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는 농장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으로 진화하여 농업재해 관리가 사후복구 중심의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에서 예측·예방 중심의 ‘위험관리’(risk management)로 전환하는 시점에 있다. 앞으로도 농업기상이 세계경제의 근간이 되는 식량 수급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임을 인식하고, 기후변화시대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기상재해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지속가능한 농업 달성을 위해서는 농업분야의 대표적인 위험관리체계인 농업기상 조기경보시스템의 강화가 요구된다. 또한, 농업분야의 기후 영향에 대한 예측성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고품질의 농업기상 예측·전망자료 생산을 위한 학제 간 연구개발에 국가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심교문<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