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산업에 부는 ‘완성형 배지’ 바람
버섯산업에 부는 ‘완성형 배지’ 바람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2.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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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완성형 배지 전용 품종·재배매뉴얼 확립 이뤄져야
신뢰도 높은 배지 사용과 유통 위한 실용적 지원 필요

버섯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지 어언 반세기가 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진화와 발전을 거치며 세계 굴지의 버섯 생산국이 되었다. 버섯산업의 붐은 소위 버섯의 녹색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볏짚, 폐면, 톱밥 등 우리 실정에 맞는 배지 재료가 개발·보급되며 시작했다. 이후 병재배 자동 공정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안정적인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했고, 이 같은 산업혁명 시기를 거쳐 버섯은 이제 연간 5만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어엿한 대표 농산업 수출 작목으로 우뚝 섰다.

그런데 이러한 버섯 시장에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조용히 불고 있다. 몇 년 사이 표고와 양송이를 중심으로 완성형 배지 수입이 활발해진 것이다. 완성형 배지란 톱밥이나 짚 등을 재료로 하는 배지에 종균을 접종하여 버섯 균사의 배양이 완성된, 즉 버섯 발생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춘 배지를 말한다. 버섯 자실체를 얻고자 하는 재배자나 소비자가 완성형 배지를 구매한 후 개봉하여 버섯 생육을 위한 온도, 습도, 빛 등 적정 조건을 제공하기만 하면 바로 버섯 발생이 가능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작목이나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접종배지, 재배키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보통은 생산자와 소비자용, 교육용 등을 모두 통칭해서 완성형 배지라고 정의한다.

현재 대표적으로 완성형 배지를 사용하는 품목은 표고와 양송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수입된 배지량을 보면, 표고가 42.7톤으로 단연 앞서고 양송이가 5.3톤으로 뒤를 잇고 있다. 수입국을 보면 표고 배지는 중국에서, 양송이 배지는 네덜란드에서 주로 수입된다. 특히, 귀농 귀촌인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만큼 완성형 배지 분양사업이 활성화되면 수입 물량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코로나19의 창궐로 생활문화가 바뀌면서 체험형 완성형 배지 수요 또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런 변화에 국내 여건은 체계화된 설비나 환경에 맞는 기술, 품종이 아직까지 완벽하게 마련돼 있지 못하다. 양송이는 일부 외국의 설비기술을 들여와 공급하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고 우리의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표고의 경우, 초기 중국산 배지는 값싼 상품으로만 치부되었으나 최근에는 품질이 나아져 국내 배지가 가격으로만 승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흐름을 볼 때 머지않아 완성형 배지 시장은 양송이와 표고뿐 아니라 다른 버섯류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인 것은 국내에서도 완성형 배지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공동연구를 통해 양송이, 느타리, 표고의 한국형 완성형 배지 표준모델안을 만드는 연구를 수행 중이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종균이나 배지를 생산하고 분양할 수 있는 시설 지원과 함께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완성형 배지 전용 품종과 재배 매뉴얼 확립이 빠르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연구자에게는 외국에서 수입되는 배지를 사용하는 농민이나 국산 배지를 사용하는 농민이나 모두가 소중한 고객이다. 농업인들이 좀 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배지를 사용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좀 더 실용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최고의 버섯재배기술을 가진 우리 농업인의 손에서 국산 완성형 배지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제2의 수출 품목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장갑열<농진청 원예원 버섯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