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도 차는 푸르다
추운 겨울에도 차는 푸르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1.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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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가지 등 부위별로 저온피해 증상 나타나
겨울철 저온으로 잎에 청고증상·적고증상 발생

‘차는 겨울철에도 원래 잎이 있었던가?’ 차 연구를 맡은 지 얼마 지나고 나서 든 생각이었다. 마침 강한 한파가 찾아왔던 겨울을 보낸 뒤였기에 대부분 차가 저온피해를 입어서 많은 찻잎이 떨어지거나 가지치기를 세게 하여 앙상한 가지만 남았던 기억이 강하게 남았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겨울에도 푸른 잎이 가득한 다원을 보았던 경험과 차는 상록수라는 정보가 겨울철 차 모습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나무는 계절이 변함에 따라 새로운 잎이 나고 잎 색이 바뀌며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나무를 낙엽수라고 하며 겨울에는 잎이 떨어지는 나무를 의미한다. 하지만 겨울철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는 상록수도 있으며 소나무, 돈나무, 동백나무 등이 있다. 그렇다면 상록수는 항상 잎이 푸른 것인가? 아니다. 상록수라고 해서 한번 푸른 잎이 계속 지속되는 것은 아니고 단풍들어 낙엽이 진다. 단지 낙엽수처럼 일 년 주기로 잎이 동시에 변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갈 뿐이다.

차도 상록수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겨울 동안에도 푸른 잎을 유지한 다원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차는 아열대 식물이기도 하므로 겨울철 추운 우리나라에서는 저온피해를 받은 잎들이 많이 낙엽지기도 하고 대부분 차 농가는 이듬해 고품질의 차 생산을 위해서 겨울철 강한 가지치기를 해주기 때문에 잎이 거의 없는 모습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일본 그리고 중국 북부지역 등 겨울철 극심한 저온이나 지속적인 저온이 찾아오는 지역에서는 찻잎과 가지 등 부위별로 저온피해 증상이 나타나며 외관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저온피해를 구분할 수 있다. 겨울철 저온으로 인해 잎에는 2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청고증상은 지속적인 저온환경과 오랜 기간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한 토양으로 인해 저온 및 수분피해를 같이 입는 현상이다. 둘째, 적고증상은 극저온 조건에 의해 세포가 얼어서 파괴되고 낙엽지는 현상이다. 가지와 줄기에는 저온으로 인해 내부가 갈변되거나 가지표피가 갈라지는 현상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차의 내한성은 변종이나 품종간의 차이가 크다고 알려졌다. 주로 카멜리아 시넨시스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 var. sinensis) 종은 내한성이 강하고 카멜리아 시넨시스 아사미카(Camellia sinensis var. assamica) 종은 내한성이 약하며, 내한성이 강한 품종은 수분함량이 적고 당 함량이 많은 편이다. 중국 차 연구소에서는 차의 내한성 유전자에 대한 전반적인 탐구와 저온 스트레스 환경에서 많이 발현되는 페놀 및 휘발성 화합물 등 차의 물질들 간의 관계와 발현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 등으로 차의 내한성과 관련된 사실들을 확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정주기로 찾아오는 겨울철 한파로 인해 차 농가의 저온피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온피해 경감기술 등 재배연구가 과거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기초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서는 저온 스트레스에서 차의 생리적, 유전적 반응 등을 다양한 방면으로 이해하고 내한성이 강한 국내 품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록 너무 추운지역에서는 겨울철에도 푸른 차를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그중에서도 특히 제주도에서는 겨울철에도 푸른 차를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다가오는 미래에서는 겨울철에도 보다 싱그러운 모습으로 추위를 이겨내는 차를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소진<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