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농협 미래를 진단한다
품목농협 미래를 진단한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12.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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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농협 발전 위해 체질 및 혁신노력 필요 … 지역농협 보다 4.3배 판매 규모 커
조합원 고령화 감소세 매년 1.9% … 지역농협과 사업 경합
품질·가격 전자상거래 등 시스템 경쟁력 갖추어야
■김 종 안 소장
지역네트워크협동조합 대표
&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 신용·경제사업 아우르는 종합농협 발전
  조합원 고령화·감소 등 현안 많아

농협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사회·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 법인이다. 농협은 전문농협과 종합농협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주로 전문농협 형태로 발전해 왔으며,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겸영하는 종합농협의 형태로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의 품목농협은 대구경북능금과 같이 100년 이상된 조합도 있지만, 대부분의 품목농협은 1961년 제정된 농협법에 근거하여 1962년 이후 설립되었다.
1980년대까지는 전문농협 형태로 발전하였으나, 1989년 이후 품목농협도 신용사업 겸영이 허용됨에 따라 현재 농협중앙회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45개 품목농협은 모두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농협중앙회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인삼농협을 제외한 품목농협은 45개이다. 이들 조합은 평균적으로 2개 시군 이상을 사업권역으로 하며, 조합원은 1,543명, 직원은 67명이며, 신용사업의 상호금융 예수금은 2,565억원, 상호금융 대출금은 2,04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사업은 판매사업 618억원, 구매사업 80억원, 마트사업 90억원, 가공사업 22억원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지원사업에는 평균 11억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당기순손익은 14억원 수준이다. 같은 해 927개 지역농협의 평균적인 모습은 조합원 2,060명, 직원 49명, 상호금융 예수금과 대출금은 각각 2,624억원과 2,071억이며, 경제사업은 판매사업 144억원, 구매사업 79억원, 마트사업 84억원, 가공사업 2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교육지원사업비는 8억원, 당기순이익은 16억원 수준이다.
품목농협이 판매사업 규모가 지역농협의 4.3배 정도 크다는 점을 제외하면, 구매사업과 가공사업, 신용사업 등에서는 평균적인 지역농협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판매사업 규모의 차이도 품목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공판장 사업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한 농업인들은 대부분 지역농협과 품목농협에 이중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으며, 품목농협의 조합원들도 영세소농에서부터 대규모 전업농까지 지역농협과 거의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품목농협도 지역농협이 직면한 조합원의 양극화와 고령화, 조합원의 감소 등의 문제를 거의 동일하게 안고 있다. 실제 품목농협의 평균 조합원수는 2016년 1,616명, 2017년 1,599명, 2018년 1,543명, 2019년 1,495명으로 매년 1.9%씩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품목농협과 지역농협 간에 조합의 운영방식, 조합원 구조, 사업내용 간에 차별성이 불분명하다. 오히려 지역에서는 품목농협과 지역농협 사이에 사업경합과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구조이다.

# 조합원 매년 1.9% 감소
  품목농협, 지역농협, 조공법인 등 역할 분담

현재 우리는 코로나19와 더불어 2015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체결한 파리협약이 2021년부터 발효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 이용 체계와 소통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정부도 한국판 뉴딜과 지역 뉴딜을 통해 디지털·탄소제로·복지 사회로의 전환과 지역 균형발전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품목농협이 이와 같이 급변하는 미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내에서의 품목농협-지역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간의 역할분담과 협력적 관계 마련, 미래농업에 대응한 전문적인 영농지도체계 확립, 품목농협의 자체의 체질개선과 사업고도화 노력, 이러한 과제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앙회와 경제지주의 교육지원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먼저, 품목농협은 전농업이 중심된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기능을 조합공동사업법인과 함께 담당하고, 지역농협은 중소농 중심의 경제사업과 조합원의 사회·문화적 지위 향상 기능 중심으로 역할 분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도 2013년 이후 투트랙(Two-Track) 전략을 통해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지의 조직화·규모화·전문화와 중소농을 중심으로 한 로컬푸드와 대안유통 활성화를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데, 농협도 이러한 추세를 고려하여 조합간 역할분담 체계를 강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2개 이상의 지역조합 또는 품목조합이 출자하여 설립한 연합사업 조직인 조합공동사업법인과의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은 규모화·전문화를 통한 시장경쟁력 강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품목농협과 기능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있다.

# 전문 품목형별 전문성 강화해야
  유통·마케팅 등 소비자 니즈에 맞게

현재는 지역단위 통합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규모화·전문화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 품목농협이 조합공동사업법인에 참여하기도 하고, 지역 내에서 경합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급변하는 우리사회와 농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농협과 농업인간에 경쟁과 갈등 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전환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품목농협-지역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생산자조직-지자체간 거버넌스를 통해 유통채널·상품별 역할분담, 수출·가공과 같은 기능별 분담, 전문 품목별 전문성 강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2021년부터 새롭게 추진되는 전문품목 중심의 산지유통혁신조직 정책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 4차산업 혁명 기술이 접목되면서 고도화·전문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농업에 대응하기 위한 농협의 영농지도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도 스마트 농장이 급증하고, 노지작목에도 스마트팜 기술이 도입되는 등 빠르게 영농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 농장은 사업이 고도화될수록 조합사업에 대한 이용률은 저하되고 있다.
이는 조합의 경제사업과 지도사업이 단순히 영농자재를 저가에 중계하고, 사후정산과 같은 금융서비스 제공하고, 도매시장 등 관행적 유통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전문화·고도화된 스마트 농장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품목농협이 미래농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농업의 핵심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농장에 대한 전문적인 영농지도와 그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문화된 유통·마케팅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영농지도의 혁신이 중요하다. 신기술이 접목된 패키지화된 자재공급, 빅데이터에 기반한 전문적인 영농지도, 차별화된 상품개발, B2B·B2C 등 비대면 유통방식의 도입 등의 지속적인 혁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미래농업의 또하나의 큰 과제는 기후변화 대응이다. 지구온난화 등에 대응한 적응기술의 보급, 신소득 작목의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유통·폐기 등 푸드시스템 전반에 걸쳐 저탄소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저탄소 품종·농법의 도입, 저탄소 농기계 보급, APC·RPC 등 유통·가공시설의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포장·물류의 저탄소화, 농식품 폐기물의 재활용과 감축 등은 선진국이나 다른 분야의 사례를 볼 때, 사회적으로 먼저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요소들은 준비기간과 사업체계 구축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발주자와 후발주자 간에 큰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후위기 대응력이 경쟁력이자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다.

# 자체 체질개선 및 혁신 노력 필요
  대형마트 중심에서 온라인시장 변화

셋째, 품목농협 자체의 체질개선과 혁신노력이 필요하다. 조합원의 고령화와 이질화, 사업경합의 심화, 유통구조의 변화, 신용사업 여건 악화, 부정적 인식 등 품목농협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합원과 임직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정체성과 조직화, 전문성을 강화하고, 조합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마련하여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제사업 체질개선 및 고도화를 추진하고, 지역내 경합관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특히 소비지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단순 중계 중심의 경제사업을 전문화된 품목을 중심으로 전속출하조직 육성을 통해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계획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농산물 온라인 거래소 또는 중도매인 플랫폼 사업 등과 같은 새로운 공판 사업의 도입, 스마트팜 모듈 공급 및 컨설팅 사업 등으로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조합 사업들을 고도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의 지도지원 기능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와 전문성, 인적·물적 자원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의 유통시장은 대형마트 중심에서 온라인 시장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품질과 가격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플랫폼, 품질관리, 물류배송체계, 클레임처리 등의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스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2020년 올바른 유통위원회에서 수립하여 발표한 농협 경제사업활성화 계획과도 연계하여 범농협 차원에서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2021년 우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변화는 지속될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자 시스템이 바뀌는 시기이다. 지금의 전환은 과거의 변화와 달리, 선도자와 추격자 간에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다. 미리 준비하는 리더쉽이 필요하다.
2021년에는 품목농협이 지역농협과 경쟁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미래농업을 선도하는 혁신 주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