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는 김장문화
돌아보는 김장문화
  • 조형익
  • 승인 2020.12.1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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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다/앞내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고/고추·마늘·생강·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김장을 표현한 ‘농가월령가’의 한 대목이다.

겨울로 접어 들어가는 초입부터 시작되는 최대의 행사이면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정겨운 문화로 자리매김 된 것이 김장이다.

겨울철 신선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시절 발효식품인 김장을 장독에 담아 땅에 묻었다가 먹었던 조상님들의 지혜의 보고인 셈이다.

이런 김장이 2가구 중 1가구만 김장을 담는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급격히 줄고 있다. 실제로 김치를 시판 중인 종가집이 주부 총 2,8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절반이 넘는 56.2%가 ‘김장 포기’를 선언했으니.

또한 맞벌이, 1인 가구의 증가, 식단의 서구화, 외식의 보편화 덕분에 한 가정에서 소비하는 김치의 양이 상당히 줄어들면서 김장담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전 국민의 대다수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김치냉장고 등 보편화 되면서 장독을 땅에 묻어서 보관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재래시장에 가면 산더미처럼 배추를 쌓아놓고 팔았고, 우물가에서 배추를 씻어 절이는 아낙네들 모습은 옛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장은 자체로도 의미가 깊지만 이렇게 담근 김치가 실제로 몸에도 좋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사스나 메르스 등 전염병이 돌 때 유독 한국에서만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걸 두고 외국 언론에서는 한국인들이 김치를 먹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세밑에 김장을 담는 정겨운 모습이 사라지고 나면 추억할 그 무엇이 있을까. 지난 2013년 12월 5일,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김치를 나누는 행위가 인류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