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 저항성 사과 품종 연구의 중요성
과수화상병 저항성 사과 품종 연구의 중요성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11.2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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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감염될 수 있고 치료법없어 과수농가 긴장
치료제 개발 및 저항성 품종 개발 서둘러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몸살을 겪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감염되는지 알 수도 없고, 예방약도 없으며, 치료약도 없는 무서운 코로나 바이러스. 그로 인해 우리 삶은 움츠러들고 있다.

코로나19와 비슷한 현상이 과수업계에서도 있다. 바로 과수화상병이다. 2015년 경기도에서 처음 발병한 과수화상병은 코로나19처럼 언제 감염될지 모르며, 별다른 치료법도 없어 전국의 과수농가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Erwinia amylovora)’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병으로 병에 걸린 나무는 서서히 말라죽는다. 병의 증상은 가지나 잎, 꽃, 열매 등 전체 나무에서 나타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불에 덴 것 같다고 해서 화상병으로 불린다. 개화기 화분매개곤충의 활동에 의해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전정이나 접목 등 농작업으로도 전염이 가능하다.

농가에서 화상병이 무서운 이유는 또 있다. 일단 화상병에 걸린 나무가 발견이 되면 해당 농가는 즉시 폐원하고 3년간은 과수농사를 지을 수 없다. 과수의 특성상 과원을 조성하고 과일을 수확해 수입이 발생하기까지 최소 3~4년은 소요되는데 애써 가꾼 과원을 폐원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해이다. 이러한 손실을 보전해 주고자 정부에서는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해마다 그 금액이 적어 농가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수화상병에 대해 대책 없이 손 놓고 있어야 할까? 몇 가지 화상병을 극복할 방안을 살펴보자.

첫째,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과수화상병은 화분매개곤충에 의해 전염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화기에 항생제를 살포하면 화상병의 전염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개화기가 통상 3주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둘째, 치료제 개발이다. 과수화상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고, 언제 개발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셋째, 저항성품종 개발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바이러스에 강한 사람은 경증 내지는 무증상으로 지나가지만 면역력이 약하거나 코로나19에 감수성인 사람은 심하게 병을 앓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나무도 마찬가지이다. 화상병균에 약한 나무는 병에 걸리면 병징이 심하게 나타나고 결국에는 말라죽지만 강한 나무는 증상이 비교적 약하게 나타나고 병의 진전도 느리다. 이것이 과수에서 화상병에 강한 품종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아유이다.

사과 품종개발은 15년 정도 오랜 기간이 걸리므로 연구인력, 자본 등의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부 선진국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특허법 등의 규약으로 육성품종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다.

과수화상병이 만연한 미국, 독일 등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저항성 품종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G계열의 저항성 대목을 개발하였다. 품종의 저항성 유전자 판별 등의 육종 기술도 보편화되었다. 2015년 이전 우리나라에서 과수화상병은 먼 나라 이야기였으나 현재는 박멸을 위해 국가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품종 개발 선진국에 비해 저항성 품종육성 시작이 늦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사과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아리수’, ‘홍로’ 등 우수한 품종을 개발한 세계적인 연구소이다. 더욱이 화상병 저항성 유전자 ‘MR5’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광나무(Mallus baccata)에서 유래한 것으로 다수의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원과 우수한 연구인프라를 바탕으로 꾸준하게 화상병 저항성 육종을 해나간다면 화상병 저항성 품종 개발로 우리나라에서 안심하고 사과 재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박종택<농진청 원예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