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험 시대 원예산업 돌파구는?
기후위험 시대 원예산업 돌파구는?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11.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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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으로 소득 창출

■부농으로 가는 지름길 ‘에너지 경영’
효율적 에너지관리로 생산비 낮춰야
온실가스감축사업 참여 부가수익 창출할 수도

우리나라의 농업인 가구수 약 102만호 중 1억 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농업인은 약 3만6천호로 전체 농업인 중 4% 미만이다. 많은 농업인들이 부농을 꿈꾸고 있지만 농업인의 1인당 순수 농업소득은 1,292만원으로 대부분의 농업인들은 농업만으로는 충분한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농업인이라면 누구나 되고 싶은 부농! 부농이 되는 방법은 무얼까? 농업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부터 얘기를 해보자. 경작지를 넓혀서 농산물 생산을 늘리거나, 농산물의 품질을 높여서 가격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농업 구조를 바꾸면 된다. 또는 같은 농산물이라도 유통 방식에 따라 농산물 가격은 각각 다르니 백화점 등 비교적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유통에 편승하거나, 유통 마진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직거래를 하는 것도 대안의 하나는 될 수 있다. 하지만 부농이 되려는 농업인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한 가지가 또 있다. 바로 농업경영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특히 에너지경영에 성공한 농가들이 속속 부농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것이 방증이다.

히트펌프의 원리
히트펌프의 원리

에너지 경영이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절약해서 제품의 원가를 낮추는  것으로 제조업 등 산업부문에선 오래된 필수 경영지침이다. 하지만 농업분야에서는 많은 농업인들에게 생소하거나, 무시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제주도에서 감귤농장을 운영하는 A씨 사례를 보자. 

대기업에 다녔던 A씨는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와 귀농한지 5년째 된 농부다. 5천평 정도의 하우스감귤 농장의 년 매출은 2억 원 정도였기 때문에 A씨는 당연히 부농의 대열에 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막상 연간 순수익을 계산해봤더니, 매년 농약, 비료, 농기구 및 인건비로 5천만 원 이상 들어갔고, 겨울철 난방에 들어간 등유비와 초여름의 냉방에 들어간 전기비로 7천만 원 정도가 정기적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자연재해나 하우스노후화 때문에 3~4년에 한 번씩 목돈이 사용되어 평균 1년에 5천만 원 내외의 수익이 생긴 것으로 계산되었다. 5천만 원이 적은돈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월급을 받을 때보다 수입이 줄어든 결과여서 실망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히트펌프를 설치하면 에너지비용이 확 줄어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200~300평 당 1대 설치하면 되고 대당 가격은 부대설비까지 2천만원이 넘지 않았다. A씨는 고심 끝에 총 15대를 3억 원을 들여 설치하였다.

공기열 히트펌프
공기열 히트펌프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히트펌프를 설치한 후로 A씨의 에너지비용은 연간 2천만원을 넘지 않았고 냉방과 난방을 한꺼번에 컨트롤 할 수 있어서 관리도 훨씬 쉬웠다. 하우스의 온도관리가 정밀해지고 제습효과도 있어서 특등급 감귤의 생산비중이 5%정도 올라가 수익도 늘었다. 게다가, 공기열히트펌프가 고효율에너지 시설이기 때문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온실가스감축사업에 참여하여 등유보일러를 사용했을 때 보다 매년 500tonCO₂ 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아 배출권거래시장이라는 곳에 감축량을 판매할 수도 있게 되었다.

현대 농업은, 자연을 다루고는 있지만 경운, 방제, 관수 등에 농기계를 사용하고 시설하우스에서는 냉난방 설비를 사용하는 등 에너지 집약형 산업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냉난방설비를 운영하는 시설하우스의 경우 에너지효율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한다 할지라도 높은 에너지비용으로 인해 부농의 꿈은 접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가 주요 경영비용이라는 측면에서 에너지효율을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당신도 부농이 되는 길목에 들어선 것이다.

■이길재(Ph.D.,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후변화대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