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현대화사업단장
권상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현대화사업단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10.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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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환경 변화 … 출하자 선택권 존중
경매제 경직돼 있어 보완 … 제도간 경쟁 촉진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 백년대계 바라봐야

가락시장은 2009년부터 2031년까지 22년에 걸쳐 순환 재건축 방식으로 시설 현대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소매 권역은 2015년 완공되어 식자재 도소매 상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도매권역은 금년 말 채소 2동 착공을 시작으로 단계별로 진행된다. 
도매 권역은 혼잡도 해소와 미래 유통환경에 대비할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위해 단층 구조였던 유통물류시설을 복층구조로 건립하게 된다. 1층에는 현재까지 중심적 거래 방식인 경매제 중심의 시장을 배치하고 2층에는 변화된 유통환경에 대비할 수 있는 시설을 배치한다.
그러나 채소 2동 설계가 마무리될 때까지 농식품부의 시장도매인제 도입 승인이 없어 2층은 저온 창고나 시장도매인 또는 가공 판매장으로 운영 가능한 가변적인 설계를 할 수밖에 없었다. 향후 시장도매인 점포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설 보완공사가 불가피한 사항이다.
농안법에는 중앙도매시장인 가락시장도 2005년 7월 1일부터는 시장도매인을 도입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되어 있었음에도 공간 부족 등 시설여건상 도입이 불가능 했으나 현대화사업으로 2층에 유통물류 공간을 추가로 확보한 만큼 이제는 시장도매인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해관계자 간 합의 미이행'을 이유로 시장도매인제 도입 승인을 불허하고 있다. 아마도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될 경우 거래의 투명성이 저하되고 경매가격 하락 및 출하대금 정산의 불안정 등 출하자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지나친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금 5G 시대에 살고 있다. 시장도매인의 거래물량과 판매가격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고, 판매상황까지 실시간으로 전파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출하자 수취가격 또한 제도 간 경쟁으로 상승할 것이다. 가락시장은 도매시장법인과 상장예외중도매인 간 물량 유치 및 서비스 경쟁을 하고 있는 고구마, 양상추 등의 경매가격은 지속적 상승 추세에 있다.
출하대금 정산의 안전성은 1개 도매시장법인이 정산 책임을 지는 경매제보다 별도의 정산조직을 통하여 연대책임을 지는 시장도매인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은 백년대계를 바라봐야 한다. 해외 선진도매시장에서 수의매매 방식이 일반화 되었듯 우리나라도 정가․수의매매가 확대될 것이다. 향후 100년을 바라보는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유통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제는 출하자의 선택을 존중할 시대가 되었다. 본인의 시장교섭 능력, 품질, 수량 등을 감안하여 도매시장법인을 통해서 수의매매를 할 수 도 있고, 시장도매인과 직접 수의매매를 할 수도 있다. 출하처 선택은 출하자별 상황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다.
국회가 20년 전 농안법을 개정해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한 것은 경직된 경매제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제도 간 경쟁이 있어야 서비스와 유통개선이 촉진되며 이는 결국 출하자와 소비자 이익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도매시장개설자와 농식품부는 지금이라도 이러한 입법 취지를 실행하는 것이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 하는 책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