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농심(農心)을 심자
도시에 농심(農心)을 심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9.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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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들 농촌에서 마음의 재생·문화적 기능 등 위로찾아
여가시간 활용 농업·농촌 이해도 증진시켜야

도시에서는 계절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아파트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계절, ‘철’과 더불어 살아가게 된다. 봄철에는 씨를 뿌리고 여름철에는 김을 매며, 가을철에는 수확을 하는 가운데 농촌 사람들은 ‘철’을 느끼고 ‘철’이 든다. 농업이 인간을 ‘철’들게 하는 것이다.

도시인들이 농촌을 찾아 위로를 받고 마음의 쉼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농업이 주는 마음의 재생, 문화적 기능이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자립적 생활을 영위할 기회와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업이 전원적인 생활양식을 보급하면 그곳은 자립적인 요소가 커진다. 그렇게 보면 ‘농’은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립도를 높이는 터전이 된다. ‘농’이 있는 도시의 건설은 단순히 농업이 있는 지역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기반을 정비하고 산업경제를 일으키며 생활복지와 교육문화를 향상하는 등 도시 서비스적 요소와 전원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도시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전원환경을 지탱시켜 주고 있는 ‘농업’과 전원환경을 동경하고 있는 ‘주민’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따라서 농업과 농지 유지에 비농가(非農家)인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의식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 도시농업의 정의는 도시 소비자 중심의 농업으로 농업활동과 체험을 통해 소비자의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먹을거리를 제공하며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하는 농업이다.

도시농업은 풍요한 전원환경을 형성하고 주민들에게 편안한 마음과 살아가는 정취를 느끼게 하면서, 인간과 도시를 키우고 육성시켜 나간다는 가치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머지않아 도시 내의 농지는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이제 도시에서의 농업은 ‘산업으로서의 농업’을 초월한 문화적인 차원에서 인식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시가지 내에 있는 농지를 보존, 활용하고 농지와 주택지의 공존, 도시농업공원의 장려, 도심지 공간과 옥상공간을 활용한 농업 등으로 도시 안에 농업이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만, 그것을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수행할 경우 당장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도시에서의 농업은 국가가 지원하고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힘으로 지키고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도 자각해야 한다. 시민의 힘으로 도시 농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확립하고 ‘농심’(農心)을 회복하여 도시와 농업이 공존하도록 해야 한다.

도시와 농촌은 환경과 자연경관의 보존, 여가시간의 활용, 농업의 진흥, 농업과 농촌에 대한 이해의 증진, 건강한 삶의 실현이라고 하는 우리시대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도 상호간 장점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는 종합적인 교류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노력은 결코 어느 특정인이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대응하며 시민적 동참을 통하여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농촌진흥청은 미래 환경변화에 따라 도시농업이 기존 농업의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도시공원 텃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그린뉴딜정책의 일환인 도시공간생활 녹색 인프라 전환에 앞장서고자 한다.

■윤형권<농진청 원예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