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감, 세계 속으로
우리 감, 세계 속으로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7.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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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호주 등 신흥 감 생산국
우리나라 개발 조생종 품종 관심 보여

감은 한 그루 나무이기에 앞서 우리 마음속에 정겨운 고향의 풍경이자, 따스한 안식처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감을 “잎이 넓어 글씨를 연습하기에 좋아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에 무(武)가 있으며, 열매의 겉과 속이 일치하므로 충(忠)이 있고, 노인이 치아가 없어도 홍시를 먹을 수 있어 효(孝)가 있으며,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열매가 가지에 달려있어 절(節)이 있다”라고 예찬했다.

감은 비타민 C와 A가 많은 과실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비타민 C와 A는 감 1개를 먹으면 충분하다. 또한 떫은맛을 내는 탄닌은 폴리페놀 성분으로, 몸의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막고, 면역기능을 회복할 뿐 아니라, 발암물질의 활성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은 성숙기 탄닌의 함량과 불용화의 여부에 따라 단감과 떫은감으로 나뉘는데, 단감은 주로 생과로 먹고, 떫은감은 연시(홍시) 또는 곶감으로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떫은감을 재배했는데, 우리의 토종 감들은 명주고종시, 함안반시, 장성수시, 영동먹시와 같이 재배지역과 과실의 특징으로 이름을 붙여 듣기만 해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감을 재배하였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떫은 감을 가공한 곶감은 상주둥시, 영동고종시, 연시(홍시)로는 청도반시, 갑주백목(대봉)이 대표적이다. 요즘 대봉을 이용한 반건시는 홍시와 곶감을 다 맛볼 수 있어 젊은이들에게도 인기다. 일본에서 발생해 1900년대 초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 단감은 대표 품종으로 부유, 차랑 등이 있다.

감은 대표적인 동양과수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이 주 생산국이지만 최근에는 유럽, 미주, 오세아니아 등 세계각지로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스페인에서는 품질이 우수한 ‘로조 브릴리언트(Rojo brilliante)’ 품종을 선발, 보급한 후 최근 몇 십 년 동안 재배면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생산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수출은 세계 수출량의 55%로 세계 1위의 수출국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감 품종개발의 역사는 짧지만 품질이 우수한 교배친을 활용해 교배육종을 수행한 결과 최근 20여 년 동안 품질이 우수한 다수의 신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먼저 ‘조완’은 9월 중순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조생종 단감으로 당도가 높으며,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원미’는 10월 상순에 나오고, 과실 표면과 과육의 색이 주홍색으로 착색 되어 아주 먹음직스럽다. 국내 시장은 물론 수출시장에서도 기대되는 품종이다. ‘올플레쉬’는 단위 결실력이 높아 수분수가 필요 없으며, 씨 없는 감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봉황’은 생과도 맛있지만 연시(홍시)가 되면 더욱 맛있는 감이 된다. 이 밖에도 과실이 크고 식미가 좋은 ‘감풍’, 껍질째 먹는 ‘연수’ 등 여러 품종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최근 스페인, 호주 등 신흥 감생산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단감 신품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주로 만생종 품종을 재배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품질이 우수한 조생종 단감인 ‘조완’, ‘원미’ 등의 품종을 현지에서 평가하고, 상업적으로 재배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국내에서 개발된 ‘조완’, ‘원미’, ‘판타지’, ‘감풍’ 등 신품종에 대해 품종보호출원을 하였으며, 현지적응성시험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언제나 가을을 대표하는 정겨운 풍경으로 감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국산 감나무가 앞으로는 세계 수출시장에 우직한 모습으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마경복<농진청 원예원 배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