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환경
코로나시대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환경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6.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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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 방대한 데이터 수집·분석 기반 구축해야
주먹구구식 고객관리 데이터 기반 체계화 필요
도매시장 고객 소매상·외식업체 니즈에 부합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농산물 도매시장이 나갈 길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후의 경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코로나 사태는 그 동안 겪어 보지 못한 영향을 경제 각 분야에 주고 있으며, 농식품 유통 분야에서도 온라인 유통이 언택트(untact, 비대면) 유통채널로서 급성장세에 있는 등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유통매장 이용을 자제하는 대신 온라인 유통업체에서의 상품 구입을 확대한 결과이다.

코로나사태 이전부터 온라인유통은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초월하고 쓸데없는 유통비용을 절감하며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편리함, 오프라인 유통이 비해 낮은 가격 등의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외식업도 전반적인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배달앱 업체를 중심으로 한 배달시장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유통이 확대되면서 농식품 소비 구조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에서는 신뢰성 높은 상품이 잘 팔리게 되므로 상품의 규격화, 표준화와 더불어 품질관리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단순한 원물보다는 미리 조리되거나 반 가공된 간편 농식품의 판매가 확대될 것이다.

온라인유통의 발달은 유통업체의 데이터 수집, 분석 능력을 향상시키고 소비의 스마트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농식품 유통업체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소비자 소비패턴을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하여 상품을 추천하고 매장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실제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은 회원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구매 가능한 상품을 추천하고 있으며, 아마존 매출의 35%가 추천 상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상품의 추천기능은 소비자의 구매를 예상하여 물류센터에서 배송을 미리 준비함으로써 배송시간을 최소한으로 단축시키는 서비스로까지 발전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유통과정 전반에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리테일테크의 발전도 가속화되고 소비자들도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합리적 소비를 확대할 것이다.

이러한 유통환경의 급변에 대응하여 농산물도매시장도 변화가 필요하다. 도매시장은 그동안 비규격 농산물의 수집과 분산, 소농의 판매기회 제공, 대금의 안정적 결제, 가격 등 유통정보 전파 등에서 우수한 기능을 수행해 왔으나 새로운 유통환경에의 적응이 미흡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농산물 도매시장이 안고 있는 주요 문제점을 지적하면 다단계 유통 구조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규격화되고 브랜드화된 상품의 취급 부족, 경직적인 거래제도, 시장 참여자들의 기득권 고수적 영업 행위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금도 대형유통업체의 산지직거래 강화 등으로 도매시장의 영업 기반이 위축되는 가운데 앞으로 온라인 유통때문에 중소형 오프라인 판매점 및 외식업의 영업 부진이 심화되면서 도매시장도 함께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농산물 도매시장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도매시장은 산지에서 출하된 상품을 수수료를 받고 판매한다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온라인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는 하는 등 선도적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규격화되고 소포장된 농산물을 선호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상품의 거래되도록 산지 개발에 힘쓰고 도매시장 내에서도 소포장 혹은 밀키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상품화 시설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들은 물량 확보 차원에서의 산지 개발에만 머물지 말고 산지 생산자 및 조직이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 기호변화, 상품개발 방향 등 소비지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여 산지의 상품화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둘째, 도매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활용 체계와 인공지능 등 4차산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도매시장은 경락가격, 반입량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전파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더 나아가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예측 시스템의 구축은 물론 리테일테크 기술을 활용하여 도매시장 업무 전반을 스마트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객관리를 데이터 기반으로 체계화시켜 고객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고객 DB를 구축하여 효율적인 영업시스템을 도입하고 장기적으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등 고객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CRM은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하여 가치 있는 고객을 파악, 획득 및 유지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CRM의 목적은 고객 확보에서부터 시작하여 고객과의 거래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고객만족을 통해 고객충성도(loyalty)를 이끌어냄으로써 고객의 수익성을 극대화 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CRM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도매시장의 고객들인 소매상과 외식업체의 니즈에 부합하도록 하여 도매시장법인 및 중도매인들은 매출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도매시장법인 및 중도매인도 온라인 판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도매시장법인은 정가수의매매 제도를 활용하여 유통업체 판매를 확대하고 중도매인들도 판매 사이트를 구축하여 유통업체 및 소비자 판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유통은 전문성을 가지고 소비자 기호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하기 때문에 중도매인이 자체 온라인 몰을 운영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들은 다양한 전문 온라인 유통업체들과 협력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넷째, 온라인 판매 체계 구축과 더불어 실물을 보지 않고 온라인에서 경매 등의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는 사이버도매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사이버도매시장은 산지 생산자 및 생산자조직이 온라인 도매시장 사이트에 농산물을 올리면 중도매인 등 구매자들이 경매 혹은 기타 방법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사이버도매시장은 상품거래(상류)와 물류를 분리함으로써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비효율성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이버도매시장이 유통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상품의 표준화 미비 등 신뢰성 부족으로 활성화되기 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버도매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표준화·규격화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구매자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도매인들은 규모가 영세하고 관행적인 거래제도에 익숙하기 때문에 온라인 도매거래의 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이버도매시장에는 초기에 대형유통업체, 온라인유통업체, 식자재유통업체와 같은 대형실수요자들을 대거 참여시켜 이들이 구매를 선도하도록 유도하고, 산지에서도 상품화 시설을 갖춘 농협 및 농업법인 들이 우선 참여토록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현재 전통적인 유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농산물 도매시장은 온라인 유통환경에 발맞추어 경직적인 운영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농산물 도매시장이 적극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어 영업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도매시장은 온라인 유통에 적합하도록 운영의 효율성과 신축성을 높여야 한다. 거래제도 측면에서는 경매 이외에 정가수의매매, 시장도매인 등 다양한 거래 제도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도매시장의 거래제도 개선은 해묵은 과제이지만 시장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여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나 앞으로 거래제도에 대한 논쟁은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고 도매시장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온라인 유통환경 하에서 도매시장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타 유통경로 대비 효율성 확보가 중요하며, 현재의 경직적인 거래제도로는 온라인 유통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제도의 전면적인 자유화와 더불어 도매시장법인에게도 제3자 판매를 허용하는 등 경쟁체제를 확립하여 효율적이며 고객지향적인 유통시스템이 출현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하고 물류개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중도매인의 규모화와 법인화가 필요하다. 중도매인을 규모화시키기 위해서는 중도매인간 양·수도를 허용하여 인수, 합병을 가능케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규모 확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도매인의 최저거래 금액 상향조정, 법인화 유도 등도 필요하며, 불법 전대행위를 엄격히 단속하여 능력없는 중도매인의 퇴출을 강력히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중도매인의 경영합리화를 도모하기 위해 중도매인에 대한 경영 및 마케팅 교육도 강화해야 하고, 후계자 육성을 통한 노령 중도매인의 경영권 이양 촉진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일곱째, 도매시장과 거래하는 중소유통업체, 외식/급식 업체가 농산물판매에 있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각종 소매상지원(retail support) 기능의 확대가  필요하다. 최근 온라인유통의 급성장으로 도매시장의 주요 고객인 전통시장, 중소유통, 중소외식업체의 매출이 감소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의 매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고객인 소매업체들의 영업기반이 유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의 협력을 통한 소매상 지원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도매시장법인 및 중도매인이 제공할 수 있는 소매상 지원 서비스로는 농산물 관리 요령, 수급상황 및 가격전망, 메뉴 제안, 마케팅 전략 수립, 상권 분석 등이 있다. 특히 중소소매업체의 농산물 판매확대를 위한 홍보 및 판촉 활동을 소매업체와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도매시장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전통시장 점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도매시장 차원에서 농산물 공급시스템을 효율화시켜 그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이 느끼는 농산물 구매의 문제점은 점포별 개별 구매로 인한 소규모 구매와 이에 따른 물류비 과다 등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전통시장 점포를 몇 개씩 묶은 공동배송 시스템 등을 구축하여 물류비 등을 절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통시장 점포와 도매시장 법인, 중도매인이 공동으로 전통시장에서 우리 농산물 축제 행사 등을 개최하여 판매 확대를 도모할 필요도 있다.

이상으로 온라인 유통환경에 대응한 도매시장 발전 전략을 정리해 보았다. 도매시장을 둘러싼 유통환경에 과거와 다르게 폭 넓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자는 물론 시장 참여자들은 도매시장의 장기 생존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동환<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안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