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이용할 수 있는 채소묘 품질관리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채소묘 품질관리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5.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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苗(묘), 농작물 번식·생육 기본 자재 … 육묘산업 4천억대 성장
병충해·생리장해 등 연 5회 분쟁 … 고품질 묘 생산·공급체계 마련 시급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이제 막 정식(아주심기)을 마친 노지의 고추 묘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묘(苗)는 농작물의 번식·생육의 근원이 되는 가장 기본 자재이다. 과거에는 고추, 수박, 오이, 토마토 등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이 직접 종자를 생산하고 묘를 키워 재배했지만, 이제는 많은 농가가 전문 육묘장에서 묘를 구입해 이용하고 있다. 국내 육묘산업 규모는 2015년 3,88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이다.

묘의 품질은 정식 후 농작물의 생육과 수량, 수확물의 품질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분쟁 발생의 원인이 되곤 한다.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묘와 관련된 분쟁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상당수의 전문 육묘장이 분쟁을 경험한 바 있으며, 연간 분쟁 발생 건수도 평균 5회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분쟁 발생의 주된 원인은 판매한 묘의 병충해 발생, 활착(뿌리내림)ㆍ발육 부진, 생리 장해 발생 등이며, 이 외에도 묘 품질로 인한 분쟁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분쟁 발생은 농업인 피해뿐 아니라 육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담배가루이, 총채벌레, 박과채소 과실썩음병, 토마토 황화잎말림바이러스, 토마토 반점위조바이러스 등 국외로부터 유입된 외래 병해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문 육묘장의 경우에는 거의 일 년 내내 육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중 시설 가동에 따른 병해충 방제의 어려움이 있다. 또한 공정육묘 도입 초기 만들어진 시설의 노후화나 환경관리·육묘관리에 필요한 시설 및 장치의 부족은 좋은 묘 생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 좋은 묘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고 생산 과정 중 환경 및 생산관리에 대한 이력관리나 생산된 묘의 품질 판정 근거가 미흡하여,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소재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묘의 생산과 품질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과 분쟁문제 해결을 위한 묘 생산 이력관리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상업적으로 생산·판매되는 묘’는 2017년「종자산업법」개정에 따라 제도권으로 편입되었고, 육묘업 등록제가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묘를 생산·판매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전문기관에서 16시간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육묘업 등록을 해야 한다. 이는 묘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 및 기기 설치, 관련 자재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고,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서 육묘 종사자의 육묘기술을 배양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병해충 차단과 신속한 진단, 방제 기술을 포함한 육묘 관리 매뉴얼 개발 등 분쟁 발생의 주요 원인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이 필요하다. 또한 농가가 구입한 묘가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관리되었는지에 대한 생산 이력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자재의 이용부터 파종, 육묘, 출하 등 육묘과정은 위변조가 어려운 블록체인과 IoT 기술 등 최신 기술의 적용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

묘는 농작물 생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출발 요소이다. 따라서 수요자의 품질요구에 부합하는 생산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고품질의 묘 생산·공급체계 마련을 통해 육묘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 지원도 가능하게 되리라 본다.

■장윤아<농진청 원예원 채소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