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작물의 병 피해 줄이려면
화훼작물의 병 피해 줄이려면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4.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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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수입시 감염 확인 … 건강 묘 구분해 관리해야
건전 식물체 분양 체계 필요

식물 바이러스는 식물에 기생하여 생육에 나쁜 영향을 주는 병원체이다. 따라서 식물이 바이러스병에 감염되면 일반적으로 생육이 불량하게 되어 잎의 녹색이 퇴색되거나, 식물체 일부가 죽는다든지, 꽃의 색이 얼룩덜룩하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최초로 기록된 식물 바이러스병은 752년에 일본 고켄 천황이 쓴 시에서 묘사한 국화과 다년생 초본식물인 골등골나물의 황화증상으로, 골등골나물은 담배잎말림바이러스에 감수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로 기록된 것은 튤립의 꽃색이 얼룩덜룩해지는 튜울립파괴바이러스병이다. 튜울립파괴바이러스병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1576년 식물학 교수인 카롤루스 클루시우스에 의해서이다. 당시에는 튤립의 꽃 색이 변화되는 것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10년이 지나서야 과학자들은 식물 바이러스가 색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바이러스가 색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토양, 비료, 또는 구근 저장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나 만성 장애가 원인이라고 생각했었다.

바이러스의 전염은 주로 진딧물과 같은 곤충 또는 식물 즙액에 의해 전염된다. 감염된 식물체의 즙액이 건강한 식물체의 상처가 난 곳과 닿게 되면 바이러스가 전염된다. 그리고 일단 식물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 병원체가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에 분포하기 때문에 옆 가지를 나누어서 심거나 구근의 일부를 나누어 심어도 바이러스는 그대로 존재하게 된다. 이것이 화훼작물에 바이러스병 피해가 심한 이유이다. 화훼작물에는 번식을 하는 동안에 어미그루로부터 옮겨지는 바이러스 외에도 진딧물, 총채벌레와 같은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곤충이 다른 그루로부터 전염시키는 바이러스도 많다. 재배하는 동안에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곤충의 방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네덜란드로부터 종구 생산용으로 수입한 백합 구근으로부터 바이러스병이 발생하여 막대한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 따라서 해외로부터 영양번식을 하는 화훼작물을 수입할 때는 바이러스병에 감염된 묘를 구입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묘는 일반 묘와 구분하여 모본포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것을 권장한다. 모본포에는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곤충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촘촘한 망을 설치해야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물로부터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기술은 사과, 포도와 같은 과수 분야에서 많이 발달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물체로부터 바이러스를 없애는 방법은 감염된 식물로부터 생장점을 분리하여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생장점은 작아서 무균상태의 인공배지에서 키워야 하기 때문에 노력과 비용이 많이 든다. 특정 작물에 대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건전한 식물체를 만드는 것은 식물조직배양실을 갖춘 전문 업체에 의뢰하면 가능하다.

식물 바이러스는 식물에 기생하면서 스스로 증식을 하는 병원체이다. 작물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품종 고유의 특성을 나타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관상 가치가 떨어진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구근은 꽃의 색이 탈색되고 크기가 작으며 꽃대의 길이가 짧아진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구근을 반복해서 재배하면 해가 지날수록 품질이 떨어진다. 고품질의 화훼작물 생산을 위해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건전한 어미그루를 증식해서 재배해야 한다. 품종 육성을 하는 기관에서는 육성하여 보급하는 품종에 대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건전한 식물체를 보존해서 필요 시 분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도 농업기술원에서는 도의 주요 작목 가운데 바이러스 피해가 심한 작목을 대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건전한 묘를 보급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봉남<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