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진화 ‘도시농업공원’
공원의 진화 ‘도시농업공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3.3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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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공원 건강 및 정서함양 효과
시민 자발적 참여 필수

서구에서는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로 열악해져가는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시민의 건강, 휴양 및 정서생활 향상에 기여하고자 오래 전부터 도시계획을 통한 도시공원을 검토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1876년 완성된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이다. 코로나 19 위기가 심각한 지금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를 앓고 있는 국민들에게 한 전문가는 집 근처 공원 산책로나 사람이 많지 않은 넓은 공터에서의 가벼운 걷기, 달리기 등을 추천했다. 실제로 도시공원은 삭막한 도시, 답답한 실내,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정돈된 화단, 잘 닦여진 산책로, 햇볕을 피하는 파고라(뜰이나 편평한 지붕 위에 나무를 가로와 세로로 얹어 놓고 등나무 따위의 덩굴성 식물을 올리어 만든 서양식 정자) 등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공놀이, 배드민턴을 치는 것은 우리를 우울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최근 도시공원은 조성된 공원시설을 단순히 이용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직접 공원의 녹색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3년 11월 23일 개정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주제공원으로 도시농업공원이 포함되면서, 공원에서 텃밭농사를 짓고, 텃밭교육이 가능한 체험시설도 만들 수 있게 제도가 마련되었다. 또한 주제공원이 아니더라도 기존 공원에 도시농업시설을 추가하면 공원의 일부 기능을 도시농업으로 만들어갈 수도 있게 되었다. 법의 개정 이전부터 시작된 도시농업공원의 조성 논의는 법의 개정으로 급물살을 타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러 지자체에 조성되고 있으며 도시농업공원의 조성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와 사례가 도출되고 있다. 2011년 부평도시농업공원을 시작으로 강동구 도시농업공원, 갈현 도시농업공원, 노들텃밭 도시농업공원, 양천 도시농업공원, 부천 여월도시농업공원, 시흥 함줄도시농업공원, 평택 오성도시농업공원, 순천 신대도시농업공원 등이 그것이다.

도시농업공원의 조성과 관리는 관의 운영아래 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감상하는 소극적 행위 중심의 도시공원이 아닌 할당된 텃밭 공간, 공동경작, 감상 공간 등의 전반적 관리에 자발적 혹은 의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책임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편, 도시농업공원 내 텃밭 조성 목적을 조사한 결과, ‘도시민의 심리·정서적 건강’이 1순위, ‘가족, 이웃과의 교류 및 친목도모’ 가 2순위였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채소 구입비 감소’가 각각 4순위, 8순위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시농업의 목적으로 ‘자급자족’, ‘생산’ 등의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농업법의 제정 후 그 역사가 10여년에 이른 지금, 더 이상 도시농업의 목적이 먹거리 생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특정집단이 이용하는 도시텃밭, 주말농장이 아닌 공공의 공간으로 도시농업공원은 여가, 문화, 운동, 공동체, 복지, 교육, 치유의 내용을 모두 담아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도시농업공원에 조성된 특징적 공간인 텃밭이 특정집단 또는 특정인에게 허용된 사적 공간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공공재로서의 공원녹지 기능을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충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텃밭을 분양받은 이용자는 한시적 공간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공동경작 공간을 도입하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함께 관리하며, 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산출물과 개별공간으로부터의 수확물 일부는 푸드뱅크, 오픈마켓 등을 통하여 기부하거나 판매하고 수익은 공원 관리비에 충당하거나 시설의 유지관리, 개선에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만하다.

단순히 ‘존재(Being)’하는 곳이 아닌 ‘행동(Behavior)’하는 공간, 작물을 생산하여 ‘먹는(Eating)’ 것만이 아닌 ‘즐기는(Enjoying)’ 공간, ‘소유(Possession)’가 아닌 ‘공공성(Publicness)’을 담아내는 공간이 될 때 도시농업공원은 보다 역동적이며, 능동적이고,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녹아든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상미<농진청 원예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