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살리는 순환식 수경재배 관심과 지원을
환경 살리는 순환식 수경재배 관심과 지원을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2.17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량재배 환경에서도 품질향상 및 생산성 증대 효과 높아
3,489ha재배 … 국산화 및 실용성 높은 제품 보급해야

수경재배는 작물을 흙 대신 배지, 혹은 무배지에서 재배하는 방법이다. 생육에 필요한 양분을 물에 녹인 양액으로 공급해 재배하기 때문에 불량한 재배 환경에서도 품질 향상과 생산성 증대를 꾀할 수 있어 가장 집약적이고 효과적인 미래 농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경재배는 연작(이어짓기) 장해 극복과 고품질 농산물 생산 요구가 증가하면서 보급되기 시작했다. 2010년까지의 면적은 1,000ha 내외로 제자리걸음이었으나, 2019년 3,489ha에 달하며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러한 흐름은 수경재배의 재배적인 장점과 장치화에 따른 노동력 절감 효과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수경재배가 미래에도 유망한 농업기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수경재배는 작물재배에 사용된 양액의 재사용 여부에 따라 비순환식과 순환식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5% 미만 농가에서만 순환식 재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시설비 증가와 배출된 양액의 무기성분 불균형에 따른 생산량 감소에 대한 우려, 전염병 발생 확률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보다 먼저 변화를 시도한 네덜란드의 경우, 1994년 ‘버려지는 물 처리 규정(Waste water disposal decree)’를 제정하여 2004년부터 100% 순환식 수경재배로의 전환을 법제화했다. 그리고 10년간 폐양액 분석시스템과 관리 기술, 배액 소독장치 등 관련기술 개발과 실용화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이러한 선진적인 사례가 있음에도 농가의 경영규모가 네덜란드의 1/10도 안 되는 국내 상황은 순환식이 매우 멀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수경재배 면적 증가로 배출되는 폐양액으로 인한 환경부하가 커지고 있어 순환식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 조금 늦었지만 정부와 산·학·연, 농가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대응전략을 수립한다면 10년이 걸린 준비기간을 5년 이내로 단축하고 선진국형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정보통신기술(ICT)와 접목한 순환식 양액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고가의 수입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장치를 국산화해야 한다. 농가와 연계한 실증 연구 등 기술이 현장에 시행착오 없이 보급될 수 있도록 한국형 순환식 수경재배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양액제어기, 배액살균시스템 등 장비와 설치·운영비 상승이 순환식 수경재배의 가장 큰 걸림돌인 만큼 중·소 재배 농가도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저렴한 시스템의 산업화로 국내 산업을 육성하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셋째, 주산지 중심 거점농가의 성공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농가의 인식 전환을 이끌고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업과 관련 산업 기반이 부족한 여건에서 환경보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요구된다.

지금까지의 수경재배는 높은 기술 수준과 복잡한 제어시스템을 이용하여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술로 정의돼 왔지만, 점차 아파트에서 채소를 키우거나 도시생활에 지친 귀농인과 미래를 꿈꾸는 청년 농업인의 기술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또, 스마트 온실, 식물공장의 기본 재배방식으로 이미 미래농업의 일부가 되었고 잠재적인 발전가능성도 무한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식량문제와 친환경 먹거리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이때, 환경오염 걱정 없는 순환식 수경재배기술 확립은 우리나라 시설원예 산업의 세계화와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최경이<농진청 원예원 시설원예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