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포도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2.0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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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개방 1세대 품목 … 재배면적 반토막
품질 고급화 위한 표준등급 확립 등 품질경쟁력 확보 중요

포도는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농산물 개방화 시대를 가장 먼저 맞닥뜨린 개방 1세대 품목으로, 개방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포도 재배면적은 2004년 2만 2,900ha에서 2019년에는 1만 2,700ha로 줄어들었다. 재배면적의 주요 감소 원인은 수입포도 증가와 소비자 선호도 변화, 고령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 소비 경향을 보면, 부모 세대는 아직까지 켐벨얼리 품종 등을 선호하고 있으나, 젊은 세대는 씨 없는 포도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포도를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우리나라 포도 산업을 주도하는 품종은 샤인머스켓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씨가 없고 껍질째 먹는 포도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샤인머스켓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른 농가의 소득 향상도 기대된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샤인머스켓의 품질과 품위를 유지한다는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제도운영이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포도 품질은 송이무게와 밀접하므로 품질 고급화를 위해서는 송이무게 상한선을 제한하는 표준 등급규격을 확립해야 한다. 도매시장은 송이무게 중심의 경매에서 품질 중심의 경매로 전환해야 하고, 농가의 규격송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고품질의 표준규격 송이에 높은 가격을 매겨야 한다. 또한 표준 등급규격 제도 활성화를 위해 표준규격 송이에 높은 가격을 주는 도매시장에 인센티브 성격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생산기술이다. 국내산 포도가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외국산 포도보다 한 걸음 앞서기 위해서는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즉, 송이무게 뿐만 아니라 수확시기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일부 생산농가는 청포도 샤인머스켓 품종은 착색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큰 송이(1.0kg 정도)를 생산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품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소비자 신뢰도도 함께 잃어버리는 길이다. 따라서 소비자 기호도를 충족하도록 송이무게를 500∼700g으로 조절한다. 청포도 특성상 껍질색만으로 수확시기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으므로,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복합차트를 활용, 과피색은 칼라차트 4∼5단계, 당도 18.0°Bx 이상, 꽃이 모두 핀 후 105일 등이 충족될 때 수확하도록 한다.

세 번째는 미래형 포도원이다. 포도원 작업과정의 기계화·자동화, 병해충 방제 등 정밀관리를 위한 스마트 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포도나무 기계 전정을 위해 새 가지는 보다 단순한 방법으로 유인, 결속해야 한다. 새 가지 결속은 연 1∼2회 정도로 마치고 덩굴손만 잘라주는 관리로 일손을 줄일 수 있다.

농가들이 기피하는 약제 방제는 무인방제시스템을 활용하면 좋은데, 시스템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살포 약제의 입자 크기와 노즐의 살포 방식에 변화를 주어 약제 부착도를 향상시킨다. 비가림시설 또한 재배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비가림시설 피복제인 PE필름은 외부 힘에 의해 쉽게 파손되어 사용연한이 2∼3년으로 짧으므로 물리적 충격과 유황계통 약제에도 내구성이 강한 필름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리 포도산업이 개방화와 국제화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달고 섭취가 간편한 포도를 선호하는 소비자 인식과 기호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산포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당도 18.0°Bx 이상, 과립중 8.0g 이상, 껍질째 먹을 수 있으며, 머스켓향을 지닌 국산 품종을 육성하고, 한국형 재배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박서준<농진청 원예원 과수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