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을 맞으며 …
새해 아침을 맞으며 …
  • 박두환 발행인
  • 승인 2019.12.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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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화·규모화로 원예산업 발전 가속화

풍요와 기회를 상징하는 경자년이 밝았습니다. 원예인 여러분의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 보면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갈등과 반목이 이어지면서 원예인들의 마음도 매우 혼란스러웠을 해였다.

새해 벽두부터 남녘, 제주에서 시작된 월동 채소류의 산지폐기는 양파·마늘 수확기에 정점에 달한 후 사과, 배 등 과일류의 생산과잉으로 이어지며 거의 모든 농산물이 수급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급기야 농산물 가격이 반토막이 나는 유례없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문제의 원인이 다양하지만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가 한몫을 했다. 맞벌이, 1인 가구 증가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수입농산물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장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농산물 수집과 분산의 총아였던 도매시장이 이러한 흐름을 이끌어 가지 못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시행 등은 농산물 생산원가를 상승시켜 농가의 살림살이를 더 팍팍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다행히 주52시간제는 시행이 연기되면서 농업계가 한시름을 놓은 분위기이다.

하반기에는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대한민국 생명산업인 농업을 포기한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하였다. FTA에 따른 수입농산물 급증으로 국내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에서 ‘엎친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 살림살이는 물론 국내 농업에 직격탄이 될 개발도상국 지위포기는 농업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도시근로자가구 대비 농가소득 비율은 1995년 95.7%에서 2018년 65% 수준으로 감소했고 2028년에는 62.5%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될 정도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소득작목으로 성장을 하고 있는 원예농업과 원예인들의 결집체인 품목농협의 위기는 갈수록 심화돼 가고 있다. 조합원은 고령화 등으로 나날이 감소하고 있지만 가입기준 문턱이 높아 신규 조합원을 찾기 어려워져 가고 있다.

조합원은 품목농협의 미래를 지키는 힘인 동시에 경쟁력을 높이는 보물 같은 존재이지만 불합리한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자격기준은 지난 3월 실시된 조합장 선거에도 영향을 끼쳐서 조합원간 반목 원인이 되는 동시에 소송문제로 비화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자격기준 완화는 청년농들이 소규모로 출발하더라도 전문 원예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품목농협에 맞는 최적의 정책을 도입하는 등 시대상황에 맞게 제도를 전향적으로 개선, 전문화와 규모화를 통해 품목농협의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수출농업과 가공산업 역시 원예농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달 11월 잠정 집계자료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 수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86억8천만 달러였다. 이중 신선 채소류가 12억3,380만 달러, 가공식품이 51억7,520만 달러로 대부분이 가공식품이었다. 20% 정도만 신선농산물이 수출되고 있는 셈이다. 농산물 수출이 효자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대부분이 맥주, 비스켓, 라면, 김치 등 가공식품 분야가 차지하면서 실질적인 농가소득을 견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편중된 수출국가도 다변화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현지 마케팅이 절실하다.

한편, 지난달 말 기대와 우려 속에 미래농업의 구심체 역할을 할 혁신밸리가 첫 삽을 떴다. 스마트팜 규모화와 집적화를 비롯해 청년 창업, 기술혁신, 판로개척 기능이 집약되는 혁신농업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직도 표준화와 고비용 문제, 국내 수급불안 우려와 함께 영세업체의 난립문제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장밋빛 청사진 못지않게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시작이다. 첫해의 시작인 지금, 정체를 넘어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도출된 문제를 과감히 들어내고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 경제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두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이라도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실천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새롭게 맞이하는 경자년은 육십간지의 37번째 해에 해당한다. 혈기 넘치는 청년기를 넘어 완숙한 장년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길목의 위치다. 이중삼중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해이지만 악조건에서도 살아남는 ‘쥐’의 감각과 지혜처럼 원예가족 모두가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서 좋은 결실을 맺도록 힘을 모아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