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작물의 기능성을 높이는 가공기술
약용작물의 기능성을 높이는 가공기술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12.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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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관심높아 … 가정에서 약용작물 차·탕 소비 늘어
약용작물 대량생산 산업화 식의약제품 다양화 기여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약용작물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라 한약 또는 생약을 통해서만 접하던 약용작물을 가볍게 차로 마시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직접 구매하여 차 또는 탕으로 만들어 먹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이는 가정용 약탕기가 많이 보급된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가정에서 이용하는 방법을 보면, 단일 또는 혼합된 건조 약용작물을 그대로 끓여 먹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단순한 전처리 과정만으로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덖음’ 또는 ‘볶음’과 같은 열처리 방법이다.

덖음과 같은 전처리 방법은 찻잎을 이용할 때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오던 방법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찻잎과는 달리 약용작물을 차로 마실 때 흔히 통용되는 방법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찻잎은 덖음 과정을 통해 맛과 향이 배가되고 저장 기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약용작물을 차로 이용할 때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실제로 황기 같은 콩과 작물은 특유의 비린 향을 가지고 있는데, 열처리를 통해 비린 향을 없애고 구수한 맛과 풍미를 더하는 것이 가능하다. 많은 약용작물의 경우, 열처리에 의해 작물 특유의 강한 향이 순화된다. 이와 더불어 덖음 또는 볶음과 같은 열처리는 작물 내 활성 성분을 증가시켜 주는 기능도 한다. 황기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보면, 열처리에 의해 폴리페놀(polyphenol)의 함량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항산화능이 올라가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폴리페놀은 식물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의 일종으로 페놀 그룹이 두 개 이상 있는 화합물들을 뜻한다. 과일에 많은 플라보노이드(flavonoid)와 콩에 많은 이소플라본(isoflavone)이 잘 알려진 폴리페놀이다. 폴리페놀의 종류는 수천 가지가 넘는데 대표적으로 녹차의 카테킨(Catechin), 포도주의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양파의 케르세틴(Quercetin) 등이 있다. 이들은 우리 몸의 활성 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를 없애주는 항산화 효과가 있어 노화를 방지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어 동맥경화, 뇌경색, 심근경색 등의 예방 작용도 하는 등 다양한 활성이 있다.

황기를 이용한 구체적인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 황기를 200℃에서 30분 동안 열처리하면 폴리페놀 함량은 2.7배 증가하였고 그에 따라 항산화 활성도 16배 증가하였다. 열처리는 세포벽을 파괴하여 황기를 물이나 용매로 추출할 때 추출이 더 잘 되도록 도와주거나, 당이 붙어 있던 불용성 성분이 당이 떨어지면서 생리활성 성분으로 변환되기 때문일 것이라 판단된다. 세포 실험 결과에서도 열처리 황기는 항염 활성이 증가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고, 자외선 자극에 의한 피부세포 염증 경감 효과가 있었다. 또한,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활성도 증가하였다. 인삼 또한 일반적으로 열에 의해 폴리페놀 함량이 늘어나고, 미량 사포닌들이 증가하기 때문에 홍삼, 흑삼 등으로 가공되어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황기와 감초 등 많은 약용작물 또한 열처리를 통해 활성 성분을 증가시킬 수 있다. 덖음 또는 볶음에 의한 열처리 방법은 누구나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정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아울러 대량 생산을 통한 산업화로 식의약 제품의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김형돈<농진청 원예원 인삼특작이용팀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