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작물로 우리 주변을 아름답게
경관작물로 우리 주변을 아름답게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11.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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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하천부지 등 주변경관 아름답게 … 잡초발생 억제 효과도
제주·부산 유채꽃 및 고창 청보리축제 전국 명성 쌓아가

“벼를 심지 않는 논에 꽃을 멋있게 길러보고 싶은데 어떤 꽃을 심으면 좋을까요?” 일전에 민원인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은 일이 있다. 꽃을 연구하고 있는 필자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논에 소득 작물이 아닌 꽃을 심고 또 그것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보고 즐기고 싶다는 민원인의 말이 너무 의외였기 때문이다.

경관작물은 농경지, 하천부지, 휴경지 등에 씨앗을 뿌려 주변 경관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식물을 말한다. 경관을 조성해줄 뿐만 아니라, 토양 표면을 덮어 잡초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꽃이 핀 뒤 식물체가 죽게 되면 미생물 분해 과정을 거쳐 흙에 유기물과 양분을 제공해 화학비료를 대체한다. 또, 토양 유실을 막고 가축사료로도 쓰이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경관작물 이용 사례는 지역 축제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제주, 부산의 유채꽃 축제, 고창 청보리 축제, 원주 꽃양귀비 축제, 구리 코스모스 축제, 평창 메밀꽃 축제, 양평 연꽃 축제 등이 경관작물을 활용하는 사례이다. 외국에서는 일본 홋카이도의 후라노시가 라벤더, 양귀비, 독일붓꽃, 백합, 코스모스, 샐비어, 해바라기 등으로 경관을 꾸며 관광산업에 활용하고 있다. 유럽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시골에 드넓은 초지가 시원스럽게 펼쳐진 모습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안내사 말에 따르면 초지를 규정에 맞게 잘 관리하고 제한된 마릿수의 동물을 기르면 국가에서 경관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05년부터 경관보전 직불제가 시행되고 있다. 경관보전직불금은 농업 경영체에 등록하고, 경관보전보조금 지급대상 농지에서 경관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 농업법인이 받을 수 있다. 지원기준은 경관작물 식재 면적이 마을 단위, 필지별로 집단화된 농지(경관작물 2ha 이상, 준경관식물은 10ha이상 집단화)로, 경관작물은 ha당 170만원, 준 경관작물은 ha당 100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서 경관작물은 갓, 구절초, 국화류, 꽃양귀비, 꿀풀, 달맞이꽃, 라벤더, 메밀, 우채, 자운영, 코스모스, 해바라기, 헤어리베치, 감국, 안개초, 끈끈이대나무, 백일홍, 설악초 등을 말한다. 준 경관작물에는 밀, 보리, 연꽃, 이탈리안라이그라스, 호밀 등이 있다.

꽃피는 시기별로 작물을 추천한다면 봄철에는 유채꽃, 은방울꽃, 섬초롱꽃, 금낭화, 작약 등이, 여름철에는 톱풀, 옥잠화, 상사화, 원추리, 꽃무릇, 참나리, 비비추, 곰취, 물레나물, 레드클로버, 알팔파 등이 있다. 가을철 꽃이 피는 작물로는 구절초, 산국, 감국, 해국, 억새, 팜파스그라스, 핑크뮬리, 수크령, 코스모스 등이 좋다. 최근 인기 있는 작물로는 아마란스를 추천한다. 5월 초 아마란스를 토양에 파종하면 7월 이후부터 붉은색, 주황, 노란색의 꽃을 감상할 수 있다. 9월 이후에 수확하면 영양가 높은 건강한 곡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아마란스는  25℃ 정도에 종자를 파종하면 일주일이면 수확해 새싹비빔밥, 샐러드 등으로 이용 가능하다. 조금 더 자란 어린 순은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하고 장기간 보관하면서 건나물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주변에 아름다움을 더해 줄 수 있는 공간과 작물은 무척 많다. 이러한 작물들을 이용해 주변을 가꾸고 아름답게 꾸미는 문화가 널리 확산하길 기대한다. 우리 땅은 더 아름다워지고 이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넉넉해지리라 생각한다.

■권오근<농진청 원예원 화훼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