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FTA에 더해 관세 낮아져 이중고”
“기존 FTA에 더해 관세 낮아져 이중고”
  • 류창기 기자
  • 승인 2019.10.2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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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 농업계 반발
지난 25일 오전 한국농축산연합회 임영호 회장 및 한농연 관계자들이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부의 이번 개도국 포기에 항의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한국농축산연합회 임영호 회장 및 한농연 관계자들이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부의 이번 개도국 포기에 항의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공식 발표함에 따라 농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정부는 서울 종합청사에서 ‘WTO 개도국 논의관련 정부입장 및 대응방향’에 대한 발표문을 통해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WTO 가입 이후 약 25년이 지난 현재 국내총생산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불 등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다”며 “WTO 회원국 중 G20 및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국민소득 3만불 이상을 충족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포함, 독일, 일본 등 9개국에 불과해 우리가 더 이상 개도국으로 인정받기에 어렵다”고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개도국 포기 결정에 따라, 농산물 관세와 국내 농업보조금 감축 피해가 예상된다.

농산물 관세의 경우 WTO(세계무역기구) 농업분야 세부원칙에 따라 개도국은 선진국보다 자국 수입농산물에 대해 농산물 관세를 20%가량 더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보조금의 경우 한도가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농업보조총액을 연간 1조4,900억원까지 쓸 수 있었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기 때문에 7,000억원대로 줄어든다.

이에, 정부는 이날 “이번 결정을 계기로 향후 예상되는 피해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치지 않고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농업정책을 추진하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며 “항상 눈과 귀를 열고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농업계의 우려는 매우 큰 상황이다.

현재 한-필리핀 FTA협상 등 자유무역 협상이 다각화되는 시점에 이번 개도국 포기 지위에 따라 수입과일도 한층 더 범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등 농업계 단체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날 14개 농민단체들과 연대, 최소 100명이상 모이는 서울 시내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 박철선 회장(충북원예농협 조합장)은 “공항에서 급하게 이번 소식을 접한 가운데 한마디로 충격”이라며 “명확한 정부 대책이 마련되기 이전에 정부 발표가 실망스러운 편으로 아직 우리농업은 선진국으로 부르기에 이르다”고 강조했다.

국회 농해수위 황주홍 위원장도 긴급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농민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다”며 “대통령이 ‘제가 농업을 챙기겠다’고 말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어찌 이런 반농업적 판단을 할 수 있는지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