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산업 확대경”
“원예산업 확대경”
  • 조형익 기자
  • 승인 2019.10.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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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위기 가속화 시키는 수입농산물
채소·과일 자급률 지속하락 … 불합리한 제도 과감한 개선 필요

올 초부터 시작된 배추, 양배추 등 겨울채소류의 산지폐기는 양파, 마늘로 이어지며 수급대책의 근본을 되짚게 하고 있다.

겨울채소의 산지 폐기된 물량만 10만 톤에 달했지만 그 효과 역시 높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산지폐기는 생산과잉에 이어 소비부진이 겹치면서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의 근저에는 물밀듯이 들어온 수입농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내수는 꽉 막혔지만 수입은 증가해 어려운 상황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칠레 FTA를 필두로 한 농업개방은 상황을 더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실제 2004년 한‧칠레 FTA이후 현재까지 15건의 FTA가 52개국과 체결해 이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기준 수입된 농축산물은 319억 9100만 달러에 달한다.

수입이 늘어난 만큼 국내 농업의 위축을 불보 듯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농축산물 자급률을 보면 2009년 92.6%에 달하던 채소류의 자급률은 지난해 89.5%, 과일류는 86%에서 73%로 감소했다. 곡물자급률도 29.6%에서 21.7%로 감소했다. 수입된 만큼 국내 농산물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수입산 농산물 증가가 국내 농산물의 자급귤과 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과수류만 해도 연간 80만 톤이 넘게 들어오면서 소비량도 매년 3.6% 정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김치의 사례를 보면 더욱 더 명확하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김치 수입량은 2005년 11만 톤에서 2010년 19만 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2017년 27만 톤, 지난해는 30만 톤에 육박하고 있다.

올 초 실시된 배추 등 기본채소류의 산지폐기 이유를 보게 하는 대목이다. 김치의 주원료가 배추인데 완제품 김치가 대량으로 수입돼 오니 국산배추가 갈 길을 잃은 것이다. 저렴한 가격의 수입김치는 외식업계가 주 고객으로 자리 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식당 10곳 중 7곳이 수입김치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니.

또한 저소득층 및 농업인의 과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미가공식료품 면세제도가 농축수산물의 수입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공식료품의 면세액 규모는 2014년 1조8,522억 원에서 지난해 2조1,973억 원으로 5년간 18.6% 늘어났다. 수입액도 2018년 기준 19조8,155억 원에 달하고 건수로는 총 29만7천 건이 수입됐다. 국회 농해수위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면세제도를 이용한 미가공식료품의 수입이 증가하다보니 국내 식품산업에서 사용되는 국산 원료 비중은 2017년 기준 31.4%에 불과하다”며 “국산 원료 이용률은 2013년 31.2%에서 5년간 0.2%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결국 자동차, 반도체 등을 수출하기 위해 문을 연 것이 수입농산물 증가를 촉진해 국내 농업의 위기를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매년 반복되는 산지폐기 등 응급처방은 ‘언발에 오줌 누는’ 식의 단기적 대책에 불과하다.

이러한 대책이 반복되다보면 그나마 있는 것 마저 놓칠 수 있다. 역부족만 드러날 뿐이다. 위기의 가속화를 멈추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일선 농업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농정당국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불합리한 제도는 과감히 개선,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