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 간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
키위, 간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10.0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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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다래 교잡 털없는 품종 준비 중
껍질째 또는 반으로 잘라 과육만 먹을 수 있어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 트렌드는 변하기 마련이다. 그 트렌드는 개인이나 가족의 생활 형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 사회는 핵가족화를 지나 1인 가구, 주말부부, 반려족, 딩크(DINKs)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이고 있다. 새로 등장한 가족 형태의 공통점은 구성원이 2인 미만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전자제품을 비롯한 가구, 식품, 자동차, 재무관리, 보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속속 출시되고 있다.

과일도 다르지 않다. 과일의 소비 트렌드는 소과, 소량, 소포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연구기관의 신품종 육성 방향도 변하는 추세이다. 새로운 소비자들이 과일을 구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적은 양, ‘소량’이다.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면 큰 과일 하나를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웃과 나누어 먹을 만큼 서로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도 못하다. 그래서 딸기, 블루베리, 체리와 같이 작은 과일을 선호한다. 키위도 과일이 크지 않아 혼자 적은 양을 섭취하기에 좋은 과일이다.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문제가 ‘키위’ 소비를 막고 있다. 소비자들은 과일을 구입할 때 간편함을 추구한다. 칼로 깎아야 하거나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 것을 꺼려한다. 농촌진흥청의 ‘키위 소비 및 유통 트렌드 발표회’에서 발표된 소비자 조사 분석 결과에서도 이는 잘 나타나 있다. 키위 구매 수준을 소비자에게 물었는데 그 중 3위가 ‘껍질을 깎아 먹는 것에 대한 번거로움’이었다. 어떤 소비자는 깎으면서 털이 칼과 손에 묻어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키위가 과연 간편한 과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과, 배, 포도, 자두 등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은 간편하게 소비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칼로 깎아 먹었던 과일도 개발을 거듭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품종이 등장했다. 그러면 키위도 껍질째 먹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껍질째 먹을 수 있지만 쉽게 다가가긴 힘들어 보인다.

최근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한 출연자가 키위를 물로 씻은 다음 바로 껍질째 먹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동료들은 경악하며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키위의 껍질은 먹을 수 없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최근 여러 기사와 방송에서 키위를 껍질째 먹을 수 있게 세척하는 방법을 보여주거나 껍질의 효능에 대해 조명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여전히 과피(껍질 겉 부분)의 털이다. 그린키위의 털은 빽빽하고 억세며, 골드키위나 레드키위의 털은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그러나 부드러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껍질의 털은 기피 대상이며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과피에 털이 없는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키위와 다래를 교잡하여 과피가 녹색이며 털이 없는 품종을 한창 준비 중이다. 이 품종은 껍질째 먹을 수 있고 반으로 잘라 과육만 간편하게 먹을 수도 있다.

털이 없어 입에 직접 대고도 먹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섬다래를 활용해 털이 없고 계란보다 크기가 작은 키위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품종들은 반으로 쪼개 먹을 수 있어 섭취도 매우 간편하다.

새 품종들의 소비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후숙 저장, 유통, 포장의 연구를 거쳐 가장 먹기 좋은 상태로 소비자에게 도착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다른 과일과 마찬가지로 키위도 소비트렌드에 부합한 연구와 개발을 통해 간편한 과일로 널리 사랑받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목희<농진청 원예원 남해출장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