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지위보다 소득안정
개발도상국 지위보다 소득안정
  • 류창기 기자
  • 승인 2019.09.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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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에 다음달 26일까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할 것인지 회신해야 하는 가운데 실제 현장 농민들은 개발도상국이냐, 선진국이냐 문제보다 더 시급한 것은 ‘풍년의 역설’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강원 지역의 경우에도 월동무 저장 출하량 증가로 현지 고랭지무 가격이 작년에 비해 38%이상 폭락해 산지에서는 힘들게 키운 밭을 그대로 갈아엎었다. 강원도 농민들은 사전 계약재배 물량 확대 등 농산물 수급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농연 등 농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자신들에게 지원되는 농업보조금 총액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농민들은 이번 기회를 소위 방향이 바뀌는 ‘변곡점’으로 삼아 농산물유통 전반의 구조 개혁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엄마 품에서 계속 지원을 받는 아들 캥거루가 아니라, 차제에 이번 개도국 지위 변경을 계기로 농산물 판매수입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소득에 대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농가소득 5천만원도 현재 상위 10%, 300만농민 중 30만명에 불과하며, 매달 변동성이 심한 농산물의 가격안정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취재차 찾은 강원 평창군 진부면 일대 채소밭에는 그냥 수확을 포기한 고랭지무가 시체마냥 사방 온통 흩어져 있었다.

현장 원예 농민들이 바라는 것은 수입농산물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농산물 판로의 안정적 수급이다. 실제 대관령원예농협의 한 조합원은 ‘그냥 9급공무원 월급수준’만 되면 아무 걱정도 없겠다고 항변한다. 땀의 가치를 누구보다 밭에서 실천하는 그들에게 9급공무원 수준 정도의 소득 안정화 정책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