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수의매매 궤도수정 필요
정가수의매매 궤도수정 필요
  • 조형익 기자
  • 승인 2019.09.0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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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거래 대비 11~22% 수준 … 시장 자율성 강화해야
출하주 홍보 부족 및 거래실적 부풀리기 등 문제 산적

농산물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진폭이 극심한 경매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도입된 정가수의매매가 본격화 된지 5년여를 넘어가고 있지만 기대만큼 활성화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가수의매매는 농산물 가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가수취 가격을 높이기 위해 2012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 개정되면서 본격화 됐다.

즉, 경매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판로의 안정성 확보는 물론 가격의 진폭을 줄임으로서 농가수취가격 제고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출하주의 교섭력 확보를 위해 농가조직화·규모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에 대해 복수의 유통 전문가는 “일본의 정가수의매매는 시장이 먼저 움직이면서 제도가 뒷받침하는 것이었지만 국내는 정부주도로 진행되면서 시장의 자율성이 확보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정가수의매매가 활성화된 일본의 제도를 국내 적용은 시장 상황이나 소비지의 여건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에서 집계한 2018년 기준 전국중앙도매시장의 정가수의매매 거래 실적을 보면 경매제 대비 11%~22%에 달한다. 취급금액은 9%~23% 선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최대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의 경우 23만 6,223톤의 물량을 취급 3668억6,7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가락시장 전체 212만5,510톤 대비 11.1%, 금액으로는 3조8,057억 1,700만원 상당을 취급 9.6% 수준이다. 이외 광역단위 도매시장인 부산엄궁은 5만1,267톤 681억8,600만원, 대구북부 11만9,604톤 1327억1,900만원, 광주각화 2만4,238톤 267억6500만원, 대전오정 3만907톤 540억4200만원, 대전노은 3만1023톤 517억1500만원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 사과거래량이 많은 안동공판장의 년도별 정가수의매매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6년 1만4,749톤 241억3,600만원 2017년 2만,1534톤 427억 723억 2018년 1만7141톤 321억6,200만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안동공판장 관계자는 “사과주산지의 특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취급실적이 나은 것 같다”면서도 “가격제시의 어려움과 목표실적에 맞추기 위해 취급고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정가수의 매매의 장점 등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역 농정기관 등에서 출하주에 대한 교육과 규모화 등을 추진하는 등 현실에 맞게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매에 참여했던 물량이나 중도매인이 수집한 물량을 정가·수의매매 거래로 처리하거나 국내산 농산물이 아닌 수입 바나나를 거래 실적으로 잡아 당초의 목적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경매로 거래한 후 정가·수의매매로 기록하거나 중도매인이 수집한 수입 바나나 문제, 정가·수의매매 협상기록 누락 등 다양한 문제가 적발되기도 했다”며 “이러한 것은 당초의 목적인 농산물 가격변동성의 완화효과를 무색하게 만들뿐더러 공영도매시장의 투명성·공정성을 훼손하는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한편 복수의 유통 전문가는 정가수의 매매의 활성화를 위해 “도매법인의 투자확대 및 경매사의 전문성 강화, 시장의 자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도매시장 설립목적에 맞게 원칙과 기준을 지키면서 규제를 완화할 영역에 대해선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