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유전자원의 중요성
사과 유전자원의 중요성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9.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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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과 재배품종 70%가 외국산
화상병 대비 등 미래가치 주목해야

유전자원은 유용하거나 잠재적으로 가치 있는 형질을 지닌 재배종, 야생종 등을 뜻하며 생물자원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유전자원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일부 국가의 무분별한 자원 사용으로 21세기가 되면서 국가 간 자원 불균형이 이루어졌고 분쟁의 대상이 된 것이다. 자원전쟁이라 하면 광물, 원유 등의 에너지를 둘러싼 국가 간의 분쟁을 뜻한다. 에너지에는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식량자원도 속해있으며, 식량자원은 한 나라의 경제척도가 될 만큼 중요하다. 국가 간 유전자원의 확보와 국외 유출 방지 경쟁은 1993년 생물자원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분배할 것을 목적으로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됨에 따라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식량 자원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원의 수집, 보존, 관리 연구를 국가관리체계구축 사업으로 지정하여 수행하고 있다.

현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사과 유전자원은 1,400여 종으로 야생종, 대목, 해외 육성 품종, 국내 육성 품종 등이 있다. 유전자원들은 과실 크기와 색, 나무 형태 등의 표현형과 유전자형이 매우 다양하다. 종자로 보존하는 벼, 맥류, 채소와 달리 사과 유전자원은 나무(영양체) 상태로 보존이 되고 있으며 육종, 보존, 또는 연구를 목적으로 대학, 연구기관 등에 시험·연구용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1990년대까지는 ‘쓰가루’와 ‘홍월’같은 일본 품종을 많이 생산했지만 명절 제수용에는 맞지 않아 추석 전후로 출하가 가능한 사과가 필요했고, 그래서 개발한 품종이 추석 사과로 알려진 ‘홍로’이다. 1987년 농촌진흥청에서 사과 유전자원인 유럽산 ‘스퍼어리 블레이즈’에 미국산 ‘스퍼 골든 딜리셔스’를 교배하여 개발한 품종이다. 색이 잘 들고 저장성도 뛰어나 사과 재배 면적의 15% 가까이 차지하며 현재까지도 추석용 사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해외 유전자원을 도입하여도 국내 재배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많은 육종가들의 노력으로 개발된 첫 국내 육성 품종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 사과 재배품종 중 ‘후지’ 등 외국산 품종이 70% 이상을 이루고 있다. 특히 ‘후지’ 품종에 편중된 사과 재배에서 벗어난 새로운 품종의 요구가 늘면서, 여러 유전자원을 활용하여 대체 가능한 신품종 육성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해 고온에도 색이 잘 들거나 재배가 용이한 환경 적응성 품종, 탄저병 같은 병저항성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다양한 숙기와 맛, 기능성을 지닌 품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사과 유전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과수화상병은 우리나라 검역병해충으로 지정된 금지병해충에 의한 세균병으로, 정확한 발생 원인과 방제약이 개발되지 않아 사과 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 중인 ‘후지’ 품종은 화상병에 약한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와 있어 병저항성 품종 개발은 더욱 절실해졌다. 화상병 저항성으로 알려진 유전자원을 선발하고 활용하여 저항성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는 이용가치가 없어 보이는 유전자원이라 할지라도 미래에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생산자,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을 육종하려면 우수한 특성을 가진 유전자원이 꼭 필요하다. 유망한 해외 자원의 도입을 통한 다양한 유전자원의 확보와 품종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 생물다양성 보전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사과 유전자원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김선애<농진청 원예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