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산물 저장, 에틸렌 가스에 대한 이해 먼저 필요해
원예산물 저장, 에틸렌 가스에 대한 이해 먼저 필요해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6.01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실 특성에 따른 에틸렌 고려해야
원예원, 숯 이용 발생제 개발

최근 원예산물의 장기저장과 수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품성 향상을 위해 기존의 저장기술뿐 아니라 수확 당시의 품질을 최대한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한 예냉, 저장, 선별, 포장 같은 선진 기술이 현지 APC를 중심으로 도입‧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선박수출 등은 적절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즉, 클레임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는 등 기술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실정이다.

우리는 무심코 수확한 과실을 함께 보관하는 경향이 있다. 사과, 토마토, 바나나가 너무 익어 낭패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과실로부터 발생되는 에틸렌의 영향이 가장 크다. 따라서 에틸렌 가스를 빨리 제거하거나 적게 나오도록 하는 것이 과실 보관에 유리하다.

에틸렌은 옥신, 지베렐린, 시토키닌, 앱시스산(ABA) 등과 더불어 5대 식물호르몬 중 하나로 분류되며, 2개의 탄소원자가 결합되어 있는 유기 화합물로서 매우 단순한 구조(C2H4)로 되어 있다. 과실 내에서는 기체 상태로 존재하며 공기 중으로 쉽게 배출된다. 일부 과실은 매우 낮은 농도의 에틸렌에 반응하기도 하며, 에틸렌 접촉 시간이 길어지면 품질이 더욱 떨어지게 된다. 과실의 종류와 품종에 따라 에틸렌 발생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에틸렌 발생량이 높은 과실은 저장성이 낮으며, 조생종 품종은 만생종 품종보다 에틸렌 발생량이 비교적 많고 저장성도 낮다.

에틸렌은 사과, 자두, 복숭아, 바나나, 토마토 등 과실의 후숙을 촉진하고, 오이, 엽채류의 표면을 누렇게 변하게 만든다. 저장, 수송, 판매 등의 과정에서 에틸렌 생성은 미미하지만 에틸렌에 민감한 작물을 에틸렌 생성이 왕성한 과실과 함께 저장했을 때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에틸렌은 과실의 노화를 촉진하여 ‘저장’ 관점에서는 불리한 측면으로 작용하지만, 후숙이 필요한 과실 즉, 떫은 감을 홍시로 만들 때나, 바나나, 키위(참다래) 등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면, 딱딱한 키위를 빨리 먹고자 한다면 에틸렌을 많이 생성하는 사과와 함께 상온(15~20℃)에서 비닐 포장해(적당한 산소 투과 필요) 두면 후숙에 도움이 된다. 떫은 감의 경우, 특유의 맛 때문에 섭취가 곤란할때도 사과와 함께 포장해 두면 홍시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위의 방법은 실용성이 낮고, 불편하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산업적으로 실용성이 높은 ‘숯을 이용한 에틸렌 발생제’를 개발해 어느 장소에서든 쉽게 떫은 감을 홍시로 제조하고 친환경적으로 키위를 후숙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현재 전국을 대상으로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과실을 오랜 기간 저장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온도가 낮은 시간에 수확하고 수확 후에는 즉시 저온저장고에 넣는 것이 에틸렌 발생을 억제하고 품질을 양호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에틸렌 제거를 위해 과망간산칼륨을 이용한 신선도유지제(에틸렌 제거제)도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에틸렌 수용체(receptor)에 1-MCP를 결합시켜 에틸렌 발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물질이 개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사과에서 먼저 실용화되어 현재 널리 이용하고 있다.

이렇듯 적절한 에틸렌 제어는 과실의 신선도 유지에 필요하고, 에틸렌을 응용한 과실의 후숙은 소비자에게 맛있는 과실을 제공해 준다. 다시 말해 에틸렌은 양면성을 지녔지만 꼭 필요한 식물호르몬이다.

원예산물의 장기저장과 수출을 위해서는 각각 과실 특성에 따르는 저장온도 뿐만 아니라 에틸렌 생성의 특성과 민감도를 감안한 포장, 적재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저온저장 시 에틸렌 생성이 많은 작물과 민감한 작물의 공동 적재를 피해야 하고, 가스투과 및 제거 등 기능성을 갖는 포장기술을 개발·이용해야 한다. 더불어 수확 후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장기저장 및 수출을 위한 유통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라 본다.

■임병선<농진청 원예원 저장유통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