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종, 먹거리 넘어 씨마늘로 활용해야
마늘종, 먹거리 넘어 씨마늘로 활용해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5.07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늘종, 부모세대보다 향상 가능한 식재료
씨마늘 파종 재배할 경우 수량 늘어나

마늘은 고추, 양파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양념채소이다. 그러나 마늘 중에서 우리나라에 잘 적응한 재래종 마늘은 전체 생산량의 20% 남짓이고 나머지는 외국 품종이 국내에 토착화돼 재배된 것들이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 품종이라고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이미 수십 년 전에 국내에 도입, 적응돼 재배되고 있는 외국 품종은 우리 품종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한번 도입된 종자를 계속해서 이 땅에 심는 것이 아니고 매년 다른 씨마늘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재배하고 있다면 이는 품종적인 측면이 아니라 외화유출, 그리고 국내 씨마늘 생산농가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된다.

국내 씨마늘 수입 현황을 보면 2018년 수입신고물량은 5,837톤으로, 국내 씨마늘 소요량 약 52,000톤의 11.3%를 차지한다. 그러나 수입 마늘에서 생산된 것이 전부 식용으로 이용되지 않고, 이듬해 대부분 다시 씨마늘로 사용되므로 실제 외국에서 수입된 씨마늘 비중은 대단히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영양번식 작물인 마늘은 일부를 다시 심어서 재배하는데 한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해가 갈수록 감염이 확대돼 수량이 매년 조금씩 감소한다. 그러나 씨마늘이 퇴화만 하는 것은 아니다. 씨마늘 기능을 회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마늘에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마늘종(주아)을 재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마늘종을 먹거리로만 생각해왔고, 일부는 경영비를 생각해서 논밭에 그냥 버리는 방법으로 마늘 재배를 해왔다. 그러나 마늘종은 먹거리뿐 아니라, 씨마늘을 생산하는 좋은 원료이다. 마늘종을 이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서는 소립주아를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마늘종이 올라온 후 7∼10일 사이에 꺾어서 1개월 정도 두면 마늘종 속에 있는 작은 알갱이가 마늘종 줄기에 있는 양분으로 점점 커져서 무게가 0.3g 내외가 된다. 이것을 재배하면 5∼6g 정도의 단구(통마늘)가 만들어지는데 이때 생산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씨마늘이 된다. 이렇게 생산한 마늘을 파종해 재배할 경우 수량성이 15% 정도 늘어나게 되며, 마늘종을 이용해 생산한 마늘은 2∼3년간 씨마늘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그렇다면 마늘종을 이용해 씨마늘을 생산하면 왜 수량이 늘어날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가 있었다. 마늘종은 영양체이기도 하지만 종자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어 중간단계 정도로 진화한 상태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마늘종에는 바이러스 감염 숫자뿐만 아니라 감염 농도도 인편보다 낮다. 즉, 이것을 이용하면 씨마늘 성능이 회복된다.

놀라운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늘종은 한번 이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 재배할 경우 수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마늘 자체는 영양번식 작물로 세대가 갈수록 퇴화하지만 마늘종을 이용하여 자기 자신을 스스로 회복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마늘종은 좋은 먹거리 재료이기도 하지만 부모세대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된다.

최근 씨마늘이 외국에서 비싼 가격에 수입되며 자체적으로 생산하려는 농가와 전문생산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씨마늘의 수입을 억제하고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씨마늘 생산 농가를 육성하는 전략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마늘종을 이용하여 씨마늘을 생산하는 농가 양성이 우선이고, 그 다음은 정부와 자자체에서 이들에 대한 시설, 장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 연구기관에서 전문적 교육을 더한다면 씨마늘 자급을 넘어 수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권영석<농진청 원예원 채소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