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급조절 산지폐기 답 아니다
농산물 수급조절 산지폐기 답 아니다
  • 조형익 기자
  • 승인 2019.04.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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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단체 조직강화 등 통해 자율수급 조절해야
시장격리 농산물 가공시 비용 더 들고 효과낮아

풍년의 역설을 넘어 풍년이 재해인 시대로 돌입하면서 반복되는 산지폐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계약재배 확대 등 사전적인 조치와 농가 스스로 수급조절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산물 산지폐기는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안정과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실시하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2019년 월동채소 시장격리 지원현황 자료에 따르면 배추는 수매비축으로 3,000톤(20억5500만원), 채소가격안정제를 통한 출하정지로 1만톤(21억2100만원), 지자체 자율감축 1만톤(15억원), 유통인 자율감축 2,000톤이 시장격리 됐다. 산지폐기용 긴급안정 자금을 통해서도 4만6,000톤(68억6,000만원) 등 총 7만1000톤의 물량이 시장에서 격리됐다. 관련비용을 합하면 총 125억3600만원에 달한다.

무도 수매비축에 4,000톤 18억4800만원, 채소가격안정제 출하정지로 7,000톤, 13억5400만원, 생산자 자율감축으로 1만5,000톤, 수출로 2,000톤이 격리됐다. 채소가격안정제를 통한 면적조절을 위해 2만톤, 40억8800만원이 투입됐다.

양파도 지난 2월말에서 3월초에 지자체 자율감축을 통해 1만4,000톤 38억원이 투입돼 시장에서 격리됐다.

이처럼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지만 농가는 농가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마음이 편치 않다.

전남에서 양파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가는 “한해 농가를 잘 지으면 그만큼 돈을 벌수 있는데 쉽게 포기할 수 있겠냐”며 “풍년이 더 이상 즐거운 아니라는 것을 농가스스로 자각하고 자율조절을 할 수 있도록 직불금 강화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극단적인 처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채소류는 기상여건에 따라 생산량이 들쑥날쑥해 기회가 맞으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농가입장에서는 자율폐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계 등 복수의 전문가들은 “겨울배추의 경우, 실제 재배 면적은 지난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기상여건 양호로 생산량이 증대된 측면이 있다”면서 “일선 농업현장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돼 있고 정책의 한계가 맞물리면서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산지폐기 농산물을 가공 등의 방식을 통해 시장에서 격리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가공비 등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품목별 주산지에서 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생산자단체 조직화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지에서 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재배의향 정보 등 관측정보를 농협 및 지자체 등에 제공하고 있다”며 “유묘기나 출하 전에 격리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사전적인 조치로 산지폐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복수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제적으로 농작물 재배를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농가 스스로 자율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인식변화를 통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