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숙된 키위 유통의 필요성과 중요성
후숙된 키위 유통의 필요성과 중요성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4.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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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 본연의 맛 살리고 간편해야 소비자 관심높아
품종별 유통한계·후숙특성 파악연구 진행 중

키위는 대표적인 후숙 과일로 섭취를 위해서 후숙이 요구된다. 후숙이 되면 과육이 연화되고 당도가 올라가며 산도가 내려가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수확 이후에 에틸렌 가스와 온도(15℃~18℃의 고온)에 반응해 후숙이 촉진되지만 에틸렌 가스가 없고 저온(1℃)이라면 후숙이 진행되지 않아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키위의 제 맛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단단한 상태와 신 맛이 본연의 맛으로 아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후숙만 제대로 된다면 키위는 달콤한 맛과 향이 일품인 과일이다.

키위를 구입할 때 다음과 같은 안내 문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후숙 과일로 구입 후 며칠(일주일 등)간 두었다가 말랑해지면 드세요.”

“사과와 함께 보관하면 더 빠른 시일 안에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온다. 첫째는 ‘며칠’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만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키위 상태를 하루에도 수차례 확인하며 언제 먹을 수 있는지 살펴본다. 하지만 언제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둘째는 키위를 먹기 위해서 사과와 같이 에틸렌 가스를 발생하는 과일을 넣어놓는 것은 불편함을 유발한다.

농촌진흥청의 ‘키위 소비 및 유통 트렌드 발표회’에서 발표된 소비자 조사 분석 결과, 키위 구매가 줄어든 이유 중 2위가 ‘신맛이 강함’이었고 3위는 ‘껍질을 깎아 먹는 것이 번거로움’이었다. 후숙이 되지 않은 키위라면 여전히 신맛은 강할 것이며 후숙까지 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른 과일을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백화점, 대형 마트 판매대를 살펴보면 후숙이 안된 키위가 대부분이고 플라스틱 포장으로 인해 과일을 만져보고 구입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의 한 마트에서는 키위를 후숙 단계별로 진열하여 소비자가 먹을 날을 계산하여 적합한 과일을 선택한다. 미국과 스페인에서는 키위를 쌓아놓고 판매하고 있다. 이 쌓여진 과일은 당연히 후숙된 과일이며 소비자가 직접 그 정도를 확인하고 구매가 가능하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후숙된 키위의 유통·판매가 필요하다. 키위의 본연의 맛을 어필하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다. 또한, 에텔렌 가스 처리나 온도 조건 설정을 소비자의 몫으로 두기엔 쉽지 않은 문제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대체할 과일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맛이 없고 먹기 불편하면 재구매하지 않는다.

소비 대상에 따라서도 후숙의 정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 나갈 것인지, 선물용인지, 학교 급식인지, 인터넷 판매를 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후숙에 조금 더 집중한다면 맛과 편리함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최근 간편한 에틸렌 발생제, 후숙 과일 유통을 위한 농가용 에틸렌 발생기 개발, 후숙 과일 유통을 위한 포장제 개발 등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품종별로 후숙 특성을 파악하고 유통한계를 설정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판매에서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후숙제를 동봉하여 후숙과 저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첨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술의 보급이 확대되면 소비자가 후숙된 키위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후숙 과일을 위해 수확부터 저장, 유통, 판매 과정까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키위 본연의 맛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고 구매 후 바로 섭취가 가능하도록 하는 후숙의 중요성은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목희<농진청 원예원 남해출장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