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환경변화에 적응해야
농업 환경변화에 적응해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3.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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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생육상태로 맞춤형 처방
정보통신기술기반 ‘가상농업’도 기대

지금까지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작물의 풍흉은 그 해의 날씨에 의해 크게 좌우되어 왔다. 오죽했으며 예전에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농사가 힘들어지면 임금의 덕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기우제를 지내 하늘의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고 했을까? 그만큼 날씨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의 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런데 이 말은 농사가 재수나 행운에 의존해야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날씨를 잘 알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농사를 짓는 농장의 날씨를 잘 알고, 그에 따라서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과한 지 등의 생육상태를 잘 알 수 있다면, 그대로 두면 흉년이 될 것을 풍년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자세로 하늘을 알고, 작물을 이해하며 대처해 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개발해야 될 미래의 농업기술이라고 믿는다.

작물의 생육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처방을 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일조, 기온, 강우, 바람, 습도 등 날씨는 작물 생육상태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것도 작물이 자라고 있는 농장의 날씨가 작물의 자람새를 결정한다. 이렇게 농작물이 자라는 농장의 날씨와 작물의 관계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 ‘농업기상학’이다. 농업기상학은 농장 등 작은 지역에서 작물생육에 직접 영향을 주는 미세한 기상에 더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므로 지구나 국가, 대도시 등 넓은 지역에서 국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거시적인 기상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일반기상학’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것은 강릉기상청의 날씨가 거리가 2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관령의 날씨와 크게 다른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농업기상학 연구자들의 오랜 노력으로 직접 측정하지 않고도 농장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선진적인 기술이 개발되어 왔다. ‘농업용 전자기후도’라고 불리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농장 인근의 기상관서의 관측 자료를 이용해 상당히 정확하게 농장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농장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으면 다음으로 날씨에 따라 재배하는 작물이 어떻게 자라는 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는 매일 매 시간 변하며 작물 또한 변하는 날씨에 따라 매일 매 시간 반응하며 자라게 된다. 이렇게 날씨에 따라 작물이 자라는 복잡한 과정을 컴퓨터로 자세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작물 생육모형’이라고 하며, 미국, 네덜란드 등 농업선진국에서 1970년대 이후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농업분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에 마늘, 배추 등의 작물에 대하여 생육모형을 개발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작물 생육모형 기술은 단순히 작물의 생장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서 여러 가지로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장의 기상자료와 마늘 생육모형을 이용하면 농장에서 마늘이 자라는 과정을 미리 알 수 있어 작황 예측에 도움이 된다. 또 마늘 생육모형에 양·수분 모형을 결합하면 양·수분의 과부족 상태도 알아볼 수 있으며, 병해충 모형을 결합하면 어떤 병해충이 발생할 수 있는 지도 미리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농학에서는 작물, 토양, 병해충 등 여러 분야에서 이렇게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선진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고, 인터넷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속도도 가장 빠른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정보통신기술은 농업에서도 적용되어 내 농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정보들을 정리하여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만을 알려주는데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컴퓨터가 내가 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의 기상을 알아내고, 작물의 생육상태를 예측하고, 내 농장에서 작물을 가장 잘 재배할 수 있도록 지금 꼭 필요한 기술을 나에게 미리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발전하면 마치 조종사가 가상비행기로 비행기 조종하는 법을 배우듯이 농업인도 농사를 짓기 전에 미리 컴퓨터로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가장 잘 재배하는 기술을 익히는 ‘가상농업(Virtual Agriculture)’기술도 개발될 것이다. 이렇듯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전통적인 농업기술에서 벗어나 미래의 농업기술로 발전해나가는 출발선에 있는 중요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경환<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