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의존 약용작물, 경쟁력을 찾자
수입의존 약용작물, 경쟁력을 찾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1.2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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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황기 종자수입 의존도 심각
우수한 국산품종 보급이 국가 종자주권 확보한다

인삼·약용작물 등을 활용한 건강 기능성 식품 시장이 2000년 이후로 크게 성장하고 있고 천연물의약 시장의 성장으로 신소재 개발 및 산업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전 또한 현재 지속중이다. 중요한 천연물 소재인 약용작물은 용도에 따라 분리되지만 생산량의 70% 정도는 식품인 농산물로 나머지 30%는 한약재로 이용되고 있는데 웰빙 추구와 건강·기능성에 대한 관심 증대로 2000년 이후 생산이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금은 경기둔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정체된 수준이다.

국내에 사용되는 약용작물의 적지 않은 품목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인데 수입한약재는 국내 생산이 없거나 매우 적은 품목 중심으로 수입됨에 따라 의약품용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지만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품목에서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 예를 들자면 한국인의 친숙한 약용작물인 ‘황기’와 ‘도라지’이다.

봄 지나 여름부터 노란색의 작은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황기는 ‘단너삼’이라고도 불리며 허약한 체질의 기(氣)를 보(補)하는데 인삼에 버금가는 약효를 지닌 황색의 뿌리라 하여 여름하면 생각나는 삼계탕의 절친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기관지에 효능이 좋으며 항비만, 항산화 효능까지 더불어 가지고 있는 도라지는 약용으로서 뿐만이 아닌 채소로서의 오랜 동반자이다. 실상 두 작물의 가치는 약용이든 식용이든 기능적인 가치를 넘어서는 일상생활에 함께 하는 것들이다. 

최근 도라지, 황기의 종자 수입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내용이 약용작물 재배 산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최근 5년간 주요 약용작물 중 몇 작물의 종자 수입량이 5배 가까이 증가하고 그 중 도라지와 황기가 가장 높은 수입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수치로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농업현장에 다니다 보면 도라지와 황기 재배에 수입산 종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체감하기도 한다. 종자로 수입하여 작물을 생산한 경우 작물체 원산지는 생산된 국가명으로 한다라고 원산지 표시 기준에 분명 명시되어 있으니 국내산 황기이고 도라지다.

그러나 황기와 도라지 연구자 입장에서 봤을 때 뭔가 자존심이 상한다. 국내 생산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수입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이 땅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고 많이 이용하는 약용작물이라면 우수한 국산 품종 보급이라는 해결책으로 자존심 회복 문제를 넘어 종자주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방법을 알았으니 실행하면 될 성 싶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는 약용작물 개발 품종이 없거나 있다 해도 재래종이나 수입산과 우수성 면에서 차별이 안되거나 오히려 수입산이 더 좋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수한 국산품종에 대한 체감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른다.

다행히 ‘지황’의 경우는 최근 몇 년 간 국산품종인‘토강’, ‘다강’ 등의 보급으로 지황 주산지에서는 국산 품종 재배면적이 확대되고 있고 앞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라지는‘으뜸’, ‘으뜸백’이라는 국산품종의 호응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하니 앞으로도 도라지 뿐 아니라 황기에서도 충분히 좋은 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한다면 국산품종 약용작물에 대한 호응도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산품종 보급으로 약용작물 산업발전을 위해 기관, 민간단체, 개인이 모여서 항상 협의하고 토론하며 좋은 방안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을 지금처럼 계속 유지해 나간다면 ‘지황’의 경우처럼 황기와 도라지에서도 종자주권을 확보한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허목<농진청 원예원 약용작물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