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4.0시대에 걸맞는 농업전략 필요하다
마켓 4.0시대에 걸맞는 농업전략 필요하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1.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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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게 진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대처하자
조직화와 지역특성살린 브랜드 이야기 가미해야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책이 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고 못사는 나라에서 유래 없는 고속성장을 이룬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그런데 그 기적을 이룬 나라의 구성원인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의 실상을 되돌아보고 우리의 위치를 점검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비단 우리의 사회 경제뿐만 아니라 농업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농업 수준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핵심농업기술은 세계 5위(2015년도 농업과학기술 기술 수준평가 보고서(KISTI)에 이를 정도로 선진국 반열에 와있다. 그러나 농업‧농촌의 현실은 젊은이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산업으로 외면 받고 있다. 농가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질문하면 한결같이 “일 철에 일손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오로지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생산량 증대에 목매어 왔기에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으로의 진로변경은 쉽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 농업이 지속 가능하게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사회변화 트렌드에 맞춰야만 한다.

소비자가 생산자보다 더 똑똑하게 진화하고 있다. 영리하고 합리적이며 매우 이기적이다. 맛있고 안전하고 예쁜 먹거리가 있다면 SNS를 통해 순식간에 공유되기도 하지만 만약 품질이나 안전상에 문제가 있다면 순식간에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뉴스화하여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파멸시킨다. 예전처럼 국산품 애용, 신토불이와 같은 애국심에 호소하던 시기는 지난 것이다. 그렇다면 농업·농촌은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이웃 일본에서는 지역의 농·특산물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 모두가 마케팅에 참여하고 지역 특산품으로 키워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제품화하거나 관광, 교육 등과 접목시켜 융복합산업화 함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올해 최고의 화제는 단연 홋카이도 특산물인 유바리멜론이 2개 한 상자에 3천 2백만 원에 팔린 것이다. 이들은 지역 특산물을 이슈화시키기 위해 회사 CEO가 최고가로 낙찰을 받기도 하고 유바리멜론을 프랑스의 와인처럼 수준 높은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우리의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농산물 생산의 선진화를 넘어 농업 농촌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농업인의 품격을 높여야 할 때이다. 농업인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올바르게 생산된 농산물을 잘 선별하여 소비자에게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멜론과 같이 외관을 보고 품질이나 맛을 판별하기 쉽지 않은 과일이나 채소의 경우 순간만 상인을 속이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이 그 산업을 망하게 하는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금방 이의를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농업이 살아가야 할 길은 사회, 경제, 문화가 그리고 그 속에서 주체로 살아가고 있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확실하다.

우리 사회와 산업 현장에서는 경영 기법을 뛰어넘어 사람의 심리와 인문학적 기법을 지향하는 마켓 4.0시대를 선언하고 이미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의 성향과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그들의 SNS 활동에 이슈거리를 제공함으로 소비자 집단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여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홍보를 유도하는 매우 구체적이고 세밀한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농업도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조직화와 지역특성을 살린 브랜드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의미 있는 이야기를 가미할 필요가 있다. 이제 농업인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 주민이 지역의 자랑거리인 농산물과 농산물에 대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얘깃거리를 홍보하고 가치를 창출하고 나아가서 그 지역의 문화로 승화시키는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

■권기범<농진청 원예원 기술지원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