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마늘 수입대체 위해 전문농가 육성 필요
씨마늘 수입대체 위해 전문농가 육성 필요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10.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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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십만양병설 처럼 씨마늘 농가 육성 기반
국내 씨마늘 수출되는 꿈 이루어지길

신토불이(身土不二), 너무나 많이 들어 익숙한 단어이다. ‘몸과 땅은 둘이 아니다. 즉, 자신이 사는 땅에서 나는 것을 먹어야 체질에 잘 맞는다’ 는 뜻으로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나오는 말이다.

마늘은 우리가 매일 먹는 조미채소로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마늘 품종하면 의례히 단양마늘, 의성마늘, 서산마늘 같은 재래종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렇게 품질 좋고 유명한 재래종 마늘은 전체 생산량의 20% 남짓이고 나머지는 외국 품종이 국내에 토착화 되어 재배되고 있다.

외국 품종이라 할지라도 이미 수십 년 전에 도입되어 국내에 적응하여 재배되고 있어 이들을 외국 품종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 한번 도입된 종자를 계속해서 이 땅에 심어지는 것이 아니고 매년 다른 씨마늘이 외국으로부터 수입되어 재배되고 있다면 이는 신토불이 측면이 아니라 외화유출 및 국내 씨마늘 생산농가에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국내 씨마늘 수입현황을 보면 ’18년 수입신고물량이 5,837톤으로 국내 씨마늘 소요량의 약 52,000톤의 11.3%이다. 그러나 수입된 11.3%에서 생산된 마늘이 전부 식용으로 이용되지 않고, 이듬해 대부분 다시 씨마늘로 사용되므로 실제 외국에서 수입된 씨마늘 비중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농협 전국마늘조합장협의회에서도 중국산 수입종구를 사용하는 농가에게는 ’19년산 수급사업 참여를 배제하기로 하는 등 수입 종구 사용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마늘은 영양번식 작물로 몸체 일부를 다시 심어서 재배하는 방식으로 한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해가 갈수록 감염이 확대되어 수량이 매년 조금씩 감소한다. 따라서 씨마늘 회복을 위해 주아(마늘종) 재배 및 생장점 조직배양으로 바이러스 감염이 적은 우량 종구를 생산하여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생장점 조직배양 씨마늘은 바이러스 감염이 적어 마늘 구가 크고, 수확량이 30% 정도 증가 할뿐만 아니라 한번 조직 배양된 씨마늘은 7∼8년을 계속 재배하여도 수량 감소가 적어 일반 마늘보다 수량성이 높다. 또한 주아재배를 할 경우 15% 정도 수량성이 높고, 2년 정도 씨마늘로 사용이 가능하여 농가에서 자가 생산할 경우 씨마늘 값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생산비 절감으로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된다.

씨마늘 공급체계는 독특하여 씨말이 일반마늘보다 비싸게 거래된다. 씨마늘은 주로 내가 생산한 것 보다는 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구입하여 파종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격 차이가 발생하여 경영비가 가중된다. 즉 농가가 생산한 마늘을 3,500원에 판매한다면 씨마늘은 4,000∼4,500원에 구입하여 심는 것이다.

수량성이 우수하고, 큰 구 수확이 가능한 조직배양 유래 씨마늘을 농가에 보급하더라도 농가에서는 이것을 보급 확대하지 않고,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여 비싼 값으로 상인에게 판매하여 우리의 식탁에서 소비되어 우량 씨마늘의 보급 확대가 부진한 실정이다.

임진왜란 전 율곡이 왜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십만양병설을 주장하였듯이 국내 씨마늘 자급을 하기 위해서 씨마늘 전문농가를 10ha씩 100농가를 육성한다면 우리도 수입산 마늘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들 농가가 생산하는 양으로 약 7,500ha 재배가 가능하고, 한번 주아재배로 생산된 씨마늘을 2년간 사용이 가능하므로 마늘 주산지 시군별 4∼5개 전문농가를 육성하면 전체 씨마늘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씨마늘의 수입을 억제하고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략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먼저 씨마늘을 전문적으로 생산 가능한 전문 농가 양성이 우선이고, 그 다음 정부나 자자체에서 이들에 대한 시설, 장비를 지원하고, 농협 등에서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량 수매 후 조합원에게 판매하여 상호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연구기관에서 주아 및 생장점 마늘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더한다면 우리도 종구 자급을 넘어 수출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수수꽃다리, 일명 미스김 라일락에 대한 얘기처럼 국산종이 미국에서 다시 국내에 도입되었듯이 씨마늘도 가능하리라 본다. 미스김 라일락처럼 우수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씨마늘을 생산한다면 언제든 그들의 원산지인 스페인과 중국 또 그 외 다른 국가로까지 수출을 생각하는 것이 먼 나라 얘기일까?
앞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면 10년이 지난 후 국내 씨마늘이 수출되는 가슴 벅찬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권영석<농진청 원예원 채소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