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의 추억
도라지의 추억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9.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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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다양화로 수요 많아진 반면 수입의존도 높아
현재 2품종 생산자로부터 높은 호응 얻고 있어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도라지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7~8월이면 종 모양처럼 생긴 둥근 꽃이 희거나 보라색(청색으로 보기도 함)으로 청초하게 핀다. 도라지는 오래전부터 식용 및 약용으로 많이 이용되어 왔으며 이 뿌리는 생약명으로는 길경(桔梗)으로 명명되지만 도랏, 길경채, 백약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도라지를 대상으로 많은 연구도 진행되었다. 일반성분 또는 약리성분연구, 기관지 효능, 건강기능성식품 개발을 위한 소재화연구 등을 통해 항비만, 항산화, 항콜레스테롤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이 부단히 진행되어 그 효능을 증명하였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사실 도라지는 생약으로서의 가치도 높지만 채소로서의 의미가 우리 실생활에 친숙하게 와 닿는 약초이자 채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 산천에 백도라지~”라는 도라지 타령은 세대를 아울러 많이 알고 있다. 약초를 대상으로 구전되는 노래는 많지만 도라지 하나를 딱 정해놓고 이렇게 오랫동안 불리는 경우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도라지는 우리의 생활과 이 땅의 역사와 함께 해온 듯하다. 봄이면 나물 캐는 아낙들의 1순위이자 삼색나물의 대표주자로서 봄나물의 달달함을 책임진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어서 도라지 지상부의 성장이 시작되면 뿌리에 축적된 성장요소들과 광합성의 산물이 뿌리보다는 지상부, 즉 줄기 잎을 성장시키기 위해 좀 더 집중하는 식물의 생리기작이 시작되어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수확하는 도라지에 비해 씁쓸한 맛이 덜하기도 한다. 도라지의 이 씁쓸한 맛은 도라지의 유효성분 중에 사포닌이라는 물질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기호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달콤 쌉쌀함이야말로 도라지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주요 잣대가 아닐 수 없을까 생각한다.

추억의 스포츠이자 지금도 전세계에 많은 팬들이 있는 프로레슬링, 반세기 전 일본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우리나라의 김일이라는 불세출의 프로레슬러를 키워낸 당시 아시아최고의 프로레슬러인 역도산이라는 재일교포는 철저히 일본인들 속에서 생활하였지만 봄에 먹는 도라지 나물만큼은 항상 찾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 달콤 쌉쌀함이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고 타향살이의 서러움을 극복하게 하는 명약이었는지도 모른다.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이 달콤 쌉쌀한 맛의 주인공은 이제 산업이 되었다. 대한민국약전에 등록된 546종 중에 하나이며 국내 재배 품목 60여종 중에 하나인 도라지는 국내 재배면적 상위 5종류 중에 네 번째이며 수입량(한약재+식품)은 상위 8종류 중에 첫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채소와 생약원료 뿐 아니라 소비패러다임의 변화는 기능성식품, 한방화장품, 천연물의약, 신선식품, 생활소재 등 용도의 다양화를 가지고 왔고 수요가 높아진 만큼 많은 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은 도라지를 포함한 약용작물 산업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큰 숙제이다. 그래서 약용작물에 관한 산업 추진도 생산 기반 구축을 위한 우수품종육성, 보급, 소비확대 유통 강화를 위한 판로 확대, 홍보지원 방안, 협업과 민간역량 강화를 위한 많은 대책과 세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소재의 다양화는 소비목적에 맞는 품종의 다양화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도라지는 현재 2품종(으뜸, 으뜸백-충북농업기술원)이 정식 등록되어 있고 생산자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생산부터 수확, 가공, 소비 단계까지 완벽한 품종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약용작물 산업발전을 위해 기관, 민간단체, 개인이 모여서 항상 협의하고 토론하며 좋은 방안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도라지의 달콤 쌉쌀한 맛을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까지 이러한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

■허목<농진청 원예원 약용작물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