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작물 재배 유비무환(有備無患) 무비유환(無備有患)
아열대작물 재배 유비무환(有備無患) 무비유환(無備有患)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8.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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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작물 재배 판로확보부터
기후・재배환경・경영요건 등 고려해야

최근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나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라는 말이 종종 들려온다. 여름철 37~40℃를 넘나드는 더위와 함께 겨울이 짧아지면서 평균기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는데 모두가 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작년 제주의 연평균 기온은 16.8℃로 평년(15.8℃)보다 1.0℃ 높아 완전한 아열대기후대에 속하고 있고 그 면적은 우리나라 중부지역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아열대기후는 8개월 이상 평균기온이 영상 10도를 넘고, 가장 추운달도 영하 3도를 넘지 않는 기후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래 기후변화 예측자료(RCP 8.5)에서는 2020년 남한 경지면적의 10.1%, 2060년에는 26.6%, 그리고 2080년에는 62.3%가 아열대기후대가 된다고 한다.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8.5는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에 예상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생활주변에서 많은 것들을 바꿔놓고 있다. 지금까지 정원이나 도로변에서 자라던 많은 꽃과 풀들이 새로운 식물로 바뀌고 농장에서도  오크라, 공심채, 삼채, 망고, 바나나, 패션프루트 같은 아열대작물 재배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국내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은 2012년 99.2ha에서 2017년 354.2ha, 2년 뒤인 2020년에는 1,000ha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이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라서 그런지 귀농‧귀촌이나 새로운 작목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다짜고짜 “아열대기후로 바뀌는데 돈이 될 만한 새로운 아열대작물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내가 아열대작물을 재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작목을 생산하는 개척자가 되는 것인데...”라고 되물어 보면서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있다.  

첫째, 소비가 잘 이뤄질 수 있는 작목과 품종을 선택한다. 아열대작물에 대한 연구를 해오면서 주변에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판로가 가장 걱정’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생산해도 팔리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따라서 국내에서 소비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 작목을 선택해야 팔 기회도 생긴다. 과수의 경우엔 과일로서 직접 소비가 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수입산 이외에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른 과일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아열대채소의 경우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한식과 어울리는 요리가 가능해야 하고 식탁에서 기능성과 함께 채소요리로서 장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기후나 토양환경을 고려해 농사환경에 맞는 작목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 작목이라면 금상첨화겠지만 내가 생산하고자 하는 장소에서 좋은 품질이 나올 수 있는 작목과 품종을 선택해야 경쟁력을 갖게 된다. 특히 좋은 품질이 생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재배기술을 투입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셋째, 농가의 경영여건에 맞춰 재배할 수 있는 작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망고처럼 비싸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과실의 경우에도 겨울에 10℃ 이상 가온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가의 시설비와 유류비가 가장 큰 문제다.    

이 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정보를 습득해 확신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아열대작물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를 찾는다면 작목선택이나 재배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아열대작물을 재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미래농업의 선구자로서 우리나라 농업을 선도하는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중요하며 무비유환(無備有患)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래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도 있지만 소득증가, 세계화나 다문화가정의 영향으로 아열대작물에 대한 소비가 계속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또한 새로운 고소득․기능성작목으로 인식되어 많은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물의 종류와 재배면적이 증가할 것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경남 함양의 여주축제처럼 다양한 아열대작물들이 농가 좋은 소득원이 되고 6차산업화까지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철<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