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고려인삼
기후변화와 고려인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7.2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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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산업, 기후변화 선제적 대응 기술개발 필요
지역별 기후에 적합한 인삼품종 선발 뒷받침돼야

탐스런 주홍빛깔 껍질을 벗겨내면 알알이 터지는 달콤한 과육을 만끽할 수 있는 과일. 바로 귤이다. 흔히 제주도라고 하면 제일 먼저 귤이 떠오른다. 지난해 필자의 지인과 함께 김제에 한 농가를 들른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 두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귤이 재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한참을 내륙으로 올라와야 되는 김제에서 제주도에서만 자란다고 생각했던 귤이 재배되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먼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먼 훗날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반구 열돔 현상으로 인한 살인적인 더위로 올 7월 내내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와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빙하감소에 따른 해수면 상승, 가뭄이나 홍수 등 이상기상으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모두가 기후변화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일어난 현상들이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에 대해 범지구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간 기후 변화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 따르면 산업 활동 및 에너지 이용 시스템이 현 상태로 계속될 경우 21세기 말(2100년)에는 전 세계 평균기온은 4.7℃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한반도의 경우 온난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 5.7℃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경우 기후변화에 특히 민감한 작물들은 이로 인해 작물의 생산량과 품질 뿐 아니라, 재배지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귤이 김제에서 재배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인삼은 비교적 서늘한 기온에서 품질과 생육이 양호한 호냉성(好冷性) 작물로써 본래 해가림 시설 내에서 재배를 할 만큼 빛과 온도 등 재배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작물이지만, 우리나라가 기원인 식물인 만큼 제주도 일부를 제외하고 한반도 전역에서 재배 및 자생 가능한 식물이었다. 그러나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인삼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대표적인 작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인삼의 생육부진과 고온장해 등의 생리장해 발생에 영향을 주어 안정적인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고온 환경에서도 인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먼저 재해 저항성 신품종 육성으로, 기후변화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고온과 염류, 과습 등 이상기상에 대비하여 재해에 비교적 강하면서 온도 상승으로 인해 새로이 도래할 수 있는 병충해에
저항성을 가질 수 있는 우량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들 신품종이 농가에 보급한다면 향후 고품질의 인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별 기후에 적합한 인삼 품종의 선발과 신품종 대량 증식기술도 필요하다. 신품종 육성은 그 파급효과가 크나 인삼의 특성상 품종 육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존에 육성된 우량 품종들 중에서 지역별 기후에 적합한 품종을 선발하여 농가에 보급하거나, 대량 증식 체계를 구축한다면 단기간 내에 신품종을 증식하여 보급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인삼의 안정적인 생산을 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온 하에서 생산이 가능한 재배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고온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통풍과 배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통로의 설치, 고온기 환기와 풍해 예방을 위한 울타리, 지나친 해가림 시설 내부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흑색2중직 추가 피복 등의 방법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작형이나 작기에 변화를 주어 고온에서 적합한 재배법을 개발하거나, 고온 하에서 재배환경을 개선하여 본래 인삼에 적합한 생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해가림 시설 내부 온도 상승을 억제시킬 수 있는 자재의 선정이나 해가림 표준 규격 설정, 인위적으로 온도 상승을 억제시킬 수 있는 재배기술 등을 개발한다면 온난화에 대응하여 인삼 안정생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인삼의 종주국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인삼의 생산이 불안정해지면서 종주국으로서의 위상 또한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때에 기후변화에 대응한 신기술 개발에 경주하여 고품질 인삼의 안정적인 생산을 이뤄낸다면 인삼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장욱<농진청 원예원 인삼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