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경제를 준비하는 원예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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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6.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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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경제벨트 구상과 연계해야”
북한 경제기반 재구축 필수

■북한의 농업개혁과 남북농업협력 방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의 농업개혁이 시급한 이유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국가이다. UN의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 분기별로 발표되는 '세계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Crop Prospects and Food Situation)' 2018년 3월호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2016/2017년 식량회계연도(매년 11월~10월, 이하 동일) 45.8만톤이었으며, 2017/2018년에도 48.2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만성적인 식량부족으로 인해 전체 약 2,541만명에 달하는 인구 중 약 40.1%에 이르는 1,030만명 정도가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에 있어서 식량부족현상은 단순히 자국민들의 생존과 인간적인 존엄성 유지를 위협하는 것만은 아니다. 1990년대 들어 대홍수, 이상저온현상 등 환경에 의한 영향 뿐 아니라 만성적인 비료 부족과 낙후된 영농기술, 토지의 산성화 등 열악한 농업기반 때문에 대흉작기가 이어지면서 발생한 대기근 현상은 폭동 등의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등 북한체제의 큰 위협요소로 대두되기까지 했다. 더욱이 2017년 하반기부터는 북핵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국제사회로부터의 식량 등의 지원이 중단되는 등 난관에 부딪쳐 있는 상황으로 북한 스스로가 농업개혁을 포함한 경제개혁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본격적인 농업개혁의 첫발을 내딛은 북한
상황이 이러다보니 북한에서 농업개혁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의 농업개혁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점들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2012년 6.28조치와 2014년 5.30조치는 김정은 체재 들어 시도된 농업개혁조치로 과거 김정일 체제 하에서 추진되어 왔던 협동농장 내 10~25명 단위로 구성된 분조관리제에서 벗어나 가족 중심의 생산책임제(Household Responsibility System)로 전환하여 생산성 향상을 꾀한다는 점에서 북한 내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2014년 5.30조치에서는 2015년부터 모든 협동농장과 기업소 등의 자율경영제 도입은 물론 협동농장의 분조대신 가족단위 자율경영제를 도입하였다. 가족단위 자율경영제 도입을 위해 가족 1명당 1,000평을 지급하고, 초과 생산물 분배도 과거 국가 70% 분조 30%에서 국가 40%, 개인 60%로 획기적인 제도 변화가 동반되었다.
이러한 북한의 농업개혁조치는 중국이 1978년에 도입한 가정연산승포책임제(家庭聯産承包責任制)와 유사하다. 중국의 가정연산승포책임제는 농업부문을 시작으로 실시된 중국의 경제개혁안으로 지역별 책임자가 생산계획에 따르는 이익과 손실을 책임지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데 1978년 일부 지방 농부들이 비밀리에 시작한 토지의 사적소유 및 경영제도가 그 기원이며, 중국정부의 공식 경제정책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된 것은 1981년이다. 이 제도는 협동농장개혁을 통한 농업 생산성 향상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분조관리제 개선과 수확물의 자율처분권 확대 등이 핵심 내용이다. 특히, 인민공사 중심의 집단생산방식을 포기하고 개별농가에 농지경영권을 분배하는 한편 정부가 설정한 최소 생산물을 제외한 모두를 농민이 직접 처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재의 농업개혁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농업개혁이 북한에 주는 경제적 합의
북한의 농업개혁조치가 북한 내외에서 주목받는 것은 단지 중국의 농업개혁제도와 유사해서가 아니라 중국이 가정연산승포책임제를 통해 농업 생산성 향상은 물론 전체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는데 있다.
Kim Si Joong의 1990년 브라운대학(Brown University) 박사학위 논문인 ‘Productivity Effects of Economic Reform in China's Agriculture'mf 보면 중국 농업은 본 제도도입을 통해 투입 한 단위 당 5.4~8.8% 정도의 단위당 산출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1차 산업전반으로 확대해 살펴보면 그 효과는 더욱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농업을 포함한 중국의 1차 산업 생산량은 농업개혁 전 10년 간(1968~1977년) 연평균 2.9% 증가에 그쳤으나, 농업개혁 후 10년 간(1978~1987년)은 동 13.6% 증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농업개혁이 중국 사례와 같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북한경제는 어떻게 변화될까? 즉,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농업개혁이 중국에서 추진된 농업개혁과 유사한 성과를 거둠으로써 북한의 부가가치 생산량 제고 효과도 중국의 경우와 유사한 수준으로 추이한다면 말이다. 이런 가정 하에서라면 아마도 현대경제연구원이 2014년에 추정한 바와 같이 북한은 농림어업과 광공업 부문의 부가가치 증가만으로도 중장기적으로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현재 북한 내 생산량의 약 9% 정도 수준에 이르는 식량 부족분 해소도 가능하게 된다.

▲험난한 여정 속에 있는 북한의 농업개혁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녹치 않다. 최근 북한의 식량수급 상황을 살펴보면 농업개혁의 성공을 보기보다는 오히려 실패에 가까워 보여 안타까운 심정이다. FAO의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면 북한의 식량부족분은 2012/2013년도에 16만 톤에서 2013/2014~2014/2015년도 9만톤으로 감소했다가, 2015/2016년도에는 40만톤으로 다시 늘어난 것이다.
북한의 농업개혁은 왜 기대만큼의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을까?
우선, 북한 내부적으로는 농업개혁의 인센티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원인은 농업개혁의 필요성과 동일한 것인데 북한 내 식량 수급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농업개혁으로 단기적으로는 식량 생산량이 늘어나 수급 환경이 개선될 수는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생산량 증가에 기여한 생산자(가족)에게 더 많은 분배 즉,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동기를 부여하여, 농업개혁의 추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식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북한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따라서 농업개혁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대한 바의 성과를 도출하기에는 여의치 않은 환경이 아닌가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 등에 따르는 투입 여건의 제약도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농업 인프라에서부터 장비와 같은 자본재 뿐 아니라 기술 등 기타 요인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외 자본 유치를 통해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외 관계의 악화는 북한의 대규모 자본 유치에 큰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고 그나마 국제사회의 지원도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었다는 점은 북한의 농업개혁에 큰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농업도 남북경협사업의 주요 부문 중 하나
최근 북핵문제를 둘러싼 남북 및 북미 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환경이 급변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에 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김정은 체재 집권 이후에도 지속되어 온 북한의 핵·경제 병진발전정책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비핵화를 통한 경제발전으로 큰 방향 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사업(이하, 대북경협사업)에 대한 국내외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의 환경변화가 그대로 대북경협사업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을 포함한 광업과 제조업은 물론 농업 부문에서도 남북협력을 크게 기대해 볼 수 있는 분야이다.
한국과 북한의 정책 환경만을 고려해서 살펴보더라도 남북 간 농업협력 관련 정책연계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들어 한반도 경제통일과 북방경제시대의 개막이라는 비전하에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실현하고자 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인 환황해 경제벨트 구상은 북한의 곡창지대와 바로 연결된다. 북한의 경우, 2010년 초에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마련하여 추진 중으로 농업 부문에서는 황해북도 농업기지건설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중 환황해 경제벨트 구상과의 연계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김정은 체재 들어 외자유치를 위한 방편으로 추진되고 있는 20여개의 경제개발구 중 평안남도 숙천은 함경남도 북청과 함경북도의 어랑과 더불어 3대 농업개발구 중 하나로 황해북도 농업기지건설과 더불어 지역적으로는 환황해 경제벨트 구상과의 연계 가능성이 충분하다.
비료나 식량과 같은 일회성 지원뿐 아니라 종자 개량, 농업 기자재 공급, 농업 기술지도 및 교육, 농산물 유통에 이르기까지 농업이 산업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수관리를 위한 댐 건설이나 황폐지 복구, 조림 등 농업 기반을 정비하는 데도 남측의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남측이 북한과의 경협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일비용의 절감 및 통일편익의 선취를 위해 전략적인 대북 투자가 농업 부문에서도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농업개혁의 성공을 필두로 인도적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경제의 기반이 재구축되어 북한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남북경협의 확대 및 이를 통한 국익의 최대화로 이어지는 첩경이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