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경제를 준비하는 원예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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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6.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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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농업 우리는 이렇게 준비한다

■일신화학공업
투철한 사명감으로 남북농업협력사업 일궈
1만2천평 비닐하우스 시설서 금강산 관광객용 채소납품

정철수 대표이사 사장
정철수 대표이사 사장

“북고성 땅에 지어진 1만 2천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는 하우스용 테이프도 없으니 찢어지면 실로 꿰어가며 썼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지요.
평화의 기틀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그 어느 분야도 움직일 수 없을 겁니다만, 남북협력시 가장 먼저 그리고 다양하게 활동하게 될 주체는 바로 농업이라고 봅니다”

1998년 6월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소 천여마리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었다. 그 해 겨울 현대아산은 일신화학공업 정철수 대표를 찾아와 북녘에 비닐하우스를 짓자는 제안을 했다. 국내 최대의 비닐하우스 피복재를 생산하며 현대석유화학의 주요 거래처였던 일신화학은 현대아산과 남북 영농협력사업의 주축이 됐다.
정철수 대표는 “동해 바닷가와 가깝고 금강산이 보이던 북고성 지역에 비닐하우스 시범단지 1만 2천평(4ha)과 노지개간지 1만 8천평(6ha)을 조성하게 됐다”며 “생산된 채소는 금강산 온정각에 납품해 관광객이 소비하는 형식으로 경제협력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금강산에 오른 관광객들은 지도에도 없는 거대한 호수가 바닷가에 있나며 놀라곤 했다. 거대한 흰 비닐하우스 단지가 반짝이는 것을 물빛으로 착각한 것이다.
남측 주계약자는 현대아산이지만 북조선 고성군 인민위원회와 함께 농장을 실무적으로 건설한 것은 일신화학이었다. 현대아산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2002년 이후에는 북고성농업협력단이라는 단체로 농장의 지원사업 주체가 이관됐고,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면서 모든 사업의 빗장이 단숨에 닫혀버렸다.

시범농장 조성 당시 북한은 프로젝트에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고 알려졌지만 막상 본격적으로 삽을 뜨게 된 일신화학에 비협조적이었다. 현대 외에는 MOU 체결 후 일을 제대로 추진한 남한 기업이 없었다는 불신의 프레임으로 일신화학을 비추어봤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사업 시작 후엔 생각지도 못한 일들도 많이 발생했다. 평양에서 이뤄진 시범농장 계약체결 당시 북한 측은‘삽 없이 농사짓는 사람이 어디있냐’며 남측의 물자목록에서 불필요한 것은 제외시키도록 했다.

4ha에 달하는 단일시설은 남한에서도 보기 힘든 대규모 원예단지다. 일신화학은 북고성에 총 10ha의 시범농장을 조성했다.
4ha에 달하는 단일시설은 남한에서도 보기 힘든 대규모 원예단지다. 일신화학은 북고성에 총 10ha의 시범농장을 조성했다.

정철수 대표는 “실상은 달랐다”며 “어느 날 물고랑을 만들기 위해 일꾼들에게 삽을 가져오라고 하니 가져온 사람은 반도 안되는데다 그나마 가져온 삽의 자루는 이미 빠져 없고 베어온 나무를 박아 넣었거나 작업을 너무 많이 해 중간이 파여있는 것들이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정 대표는 배에 삽부터 급히 실어야 했다. 눈이 많이 오는 고성지역 날씨 특성상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일을 막아야 했기에 마음이 급했다.

농약과 비료는커녕 제대로 된 씨앗과 종자마저 없던 북측 때문에 일신화학은 사비로 모든 것을 구매해 배에 실어 올려 보내려했다. 그러나 북측 당국은 완강히 거부하며 매번 ‘불필요한 것으로 신성한 영산인 금강산을 더럽혀선 안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런 갈등을 빚는동안 배에 실렸던 수많은 종묘들이 남북을 오고가다 죽어버리기도 했다.
사상 간 빚어내는 갈등 속에서도 사람 대 사람 간의 우정은 빛을 발했다.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수확물이 나오기 시작해 납품을 시작했다. 선진 농업기술을 전파했고, 평양지역에 국한됐던 농촌개발을 확산시키는 효과도 봤다. 고성 시범단지는 온정각 관광객 수천여명의 식사에 쓰이는 채소 80% 가량을 납품했다. 따라서 남북간 경협 시 가장 중요하다 여겨지는 판로확보 면에서 지속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업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정철수 대표는 “현대아산을 비롯해 협력단이 아닐 당시부터 열정을 다해준 이해극 회장, 협력단 강정일 단장, 원가에 농기자재를 보급해준 기업들, 일신화학 임직원들의 사명과 열정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과 북을 가로막은 것은 사상이었으며 사람이 아니었다.
남측은 농업용수를 퍼 올릴 지하수를 뚫기 위해 핏대를 세우며 투쟁을 펼쳤고 북한당국으로부터 어렵게 허가를 받았다. 좀처럼 물꼬가 터지지 않아 포기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지하수가 솟구쳐 오르자 남북 할 것 없이 모두 얼싸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시간만 채우고 가던 북한인부들도 있었다. 반면 눈을 빛내며 선진 농업기술을 배워가던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 물을 주려 겨울 길을 수 킬로씩 걸어오던 앳된 소녀들, 남측에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어했던 그들과는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영농협력 그 이상의 우정을 쌓은 것은 분명하다.

끊임없는 인내심과 투자의 요구 속에서 이같은 가치가 발휘된 것은 일신화학 故 임오순 명예회장이 품어온 오래된 사명감이 바탕이 됐다.
북한동포로부터 같은 시골사람이라는 동질감을 품었던 임 회장은 다 함께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지녔다. 정 대표는 “명예회장님은 평소 소외받아온 농민에게 실용기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며 “농사를 편하고 잘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우리 일이니 어렵더라도 북한의 농민이 비닐하우스를 통해 신선한 식량과 채소를 생산하게끔 도와줘야 한다고 판단하셨다”고 밝혔다.

한편 일신화학은 올 5월 새터민 원예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우스용 비닐 지원사업을 펼쳤다. 정 대표는 “그들은 남북의 완벽한 갈등 해빙 시 농촌지도사로서 활약할 사람들”이라며 “북한의 고향을 잘 살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리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철수 대표는 새로이 경협이 이뤄진다면 농촌이 거점이 되어 경제 활성화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부여논산 딸기나 성주 참외처럼 작목 하나가 지역경제를 살리듯 농작물을 중심으로 북한의 시골마을이 잘 살고 생활수준이 높아져야 할 것”이라며 “생산물은 우리나라에 유통하거나 외국수출을 하며 외화를 벌어들이는 등 다양한 판로 확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정철수 대표는 “우리 한민족에게 남북 영농경제협력은 새로운 기회이니만큼 남북이 함께 도약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꿈꾼다”고 말했다.

/김다혜 기자

■동양물산기업(주)
북한 향후 10년간 농기계 10만대 필요
북한농기계 공급지원 미리 준비 대한민국 대표 농기계 선두업체

2005년 9월 동양물산은 평남 강서군에서 농기계 설비 준공식을 열었다.
2005년 9월 동양물산은 평남 강서군에서 농기계 설비 준공식을 열었다.

# 남북경제협력 농기계분야 트렌드세터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남북의 화해 무드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남북 경협과 관련된 논의도 다시 시작되고 있으며, 그 중 북한의 식량자급을 위해 농기계 관련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동양물산기업㈜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통하여 농기계를 2001년부터 지원을 해왔다. 지원한 주요 농기계는 콤바인, 이앙기, 경운기 등으로 콤바인 300대, 보행이앙기 1,000대, 경운기 1,000대를 지원했다.
특히 북한의 식량 자급을 돕는 차원에서 평안남도 강서구에 있는 금성 뜨락또르 공장 내에 북한 측에서 토지와 건물을 제공하고 동양물산기업㈜가 설비 및 기술을 지원하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는 남북 경협 및 민족 교류, 확대 측면에서 공장건물의 보수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참여한 우리민족・금성・동양 농기계 공장 준공식을 지난 2005년 9월에 가졌으며 콤바인 및 이앙기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이후 남북 관계 경색으로 농기계 사업이 중단됐으나, 금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북측과 원만하게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동양물산이 앞장서서 농기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동양물산기업㈜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협력하여 이미 북한에 설립된 우리민족・금성・동양 농기계 공장을 최대한 활용, 현재 화해 분위기에 맞춰 북한의 식량 자급을 근본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북한 내 농기계 조립・공급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하루 빨리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 향후 농기계 10만대 필요 북한 농업시장을 내다보는 혜안

동양물산은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면 다시 한 번 대북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동양물산에 따르면 북한 농업시장의 경우 향후 10년간 농업발전을 위해 향후 10년간 농기계 10만대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 사용하는 농기계의 경우 숫자도 적지만, 대부분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양물산이 대북 협력사업을 농업분야에서 선구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정량화하기 어려운 유무형의 가치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양물산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단체를 통해 북한에 공급된 농기계, 비료, 농약 등 농기자재 비용 지원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또한 북한에 공급된 농기계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평양시 사동구역, 평남 대동군, 황남 신천군 등에 농기계 수리공장 건립을 지원하고 건설자재, 수리부품 등을 공급했다.
동양물산은 북한 현지 농업기계화를 통해 우리가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국제종합기계 인수를 통한 농기계 수출선 다변화

국내에서 역사상 두 번째로 지난 1951년 9월 28일 설립된 동양물산은 지난 2016년 동종업계 3위인 국제종합기계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명실상부 국내시장에서 1등 농기계 회사의 지위를 굳히고 미국, 아프리카, 유럽 등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매년 30%이상 수출액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19마력부터 150마력까지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또한 국제종합기계 인수를 통해 기존 북한에 40~50마력짜리 중소형 트랙터 공급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동양물산은 남북농업을 통해 대외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양물산은 이미 평양 인근에 남북 합작공장 교두보를 활용해 농기계분야 교류협력사업이 재개될 경우 대북진출 확대를 위해 적극 나설 계획이다.
동양물산은 국내 종합농기계 업체 중 선도적으로 신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양물산 기획실 관계자는 원예 농업인들에게“비닐 피복작업과 과수용 밭갈이를 할 수 있는 승용관리기가 시장 반응이 좋다”며 “믿을 수 있는 남북경협 선두업체가 생산하는 다목적이식기 등 농기계를 통해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 구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양물산은 지난 2011년 특판사업팀을 구성해 정부 밭작물 기계화 정책방향에 부합해오고 있다.

■인터뷰 / 윤여두 동양물산기업 부회장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 농기계회사, 북한 진출은 일등”
농기계 수만대 지원해 북한 농업 자립 도울 계획

“지난 1951년에 설립된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 농기계 회사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평남 강서군 농기계 공장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동양물산기업 윤여두 부회장(72)은 충남 논산이 고향으로 여전히 현직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내 농기계 원로이다.
윤 부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를 맡아오다 현재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윤 부회장은 북한을 그때부터 100여차례에 걸쳐 방문했다.
윤 부회장은 “북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농기계 공장을 현지에 건설하고 생산 노하우까지 공유했다”며 “물고기를 주기보다 낚시하는 방법을 알려주고픈 심정”이라고 전했다.
윤 부회장은 “남북농업협력을 통한 농업생산성 증대를 위해 농기계 부문 경협은 필수”라며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장기적으로 민족화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부회장은 “지난 10년간 남북협력이 단절되는 상황에 북한 현지에 설립한 농기계공장을 둘러볼 기회가 적었다”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회사도 남북 경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류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