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거베라
생활속의 거베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5.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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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환사용으로 인기인 거베라 일상생활용 보급 필요
크기와 모양 다양하고 활용도 높아

결혼식, 개업식 등 축하할 행사가 있을 때 우리는 화환으로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 화환의 중심을 장식하는 커다란 둥근 형태의 꽃이 바로 ‘거베라’이다. 행사장 화환에는 언제든 거베라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거베라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거베라’라는 이름만으로는 어떤 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마도 거베라의 화려하고 선명한 색상이 축하 화환용으로 인기가 많지만 화환 이 외의 꽃 장식에서는 사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거베라는 빨강, 노랑, 주황 등 총 천연색의 반겹꽃, 대륜화 위주로 생산‧유통되고 있다. 거베라는 다른 꽃들과는 다르게 품종명이 없이 포장상자에 적당히 색상의 구색을 맞춰 섞어서 출하된다. 주로 화환에 꽂기 때문에 적절한 색상의 화폭이 큰 거베라가 더 선호되고, 포장상자 형태로 유통된다. 포장상자에서 특정 색상을 빼 버리면 그 상자 전체 거베라의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또한 거베라는 화환에 꽂기 편리하도록 줄기에 철사를 덧대고 고정을 시켜 유통한다. 거베라는 줄기의 자연스러운 구부러짐이 아름다운 꽃인데 깁스를 한 채로 유통되다 보니 꽃꽂이 소재로서 매력이 떨어진다.

거베라 소비 또한 화환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중간 상인들이 대량으로 구매한다. 화환 중심의 유통구조가 일반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색상의 거베라를 구매하기 더욱 어렵게 하여 일상생활로 나오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거베라는 그 꽃의 크기나 모양, 색상이 무척 다양한 꽃이다. 거베라는 크기에 따라 대륜(화폭 12cm 이상), 중륜(화폭 8~12cm), 미니(화폭 8cm 이하)로 구분되고 두상화의 형태에 따라 겹꽃, 반겹꽃, 홑꽃, 스파이더, 파스타 형태로 구분된다. 꽃의 색상도 흰색에서부터 적색까지 파란색을 제외하고 모든 색상의 품종이 존재한다. 우리보다 꽃 소비가 많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거베라를 테이블 장식, 꽃다발, 드라이플라워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한다.

거베라는 연중 생산되는 꽃이다. 대륜거베라의 경우 한 포기에 연간 50송이, 미니거베라는 100송이 정도 채화가 가능하다.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다. 어쩌면 이러한 특성 때문에 화환의 넓은 면을 단지 채우기 위한 꽃으로 전락하고 그로 인해 현재 이 기이한 생산 및 유통구조가 적립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거베라처럼 일상생활에 사용하기 좋고 여러 장소, 장식에 어울리는 꽃은 없다.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미니거베라의 경우에도 사용처가 확실히 화환은 아니지만 모두 철사를 덧댄 깁스를 하고 출하된다. 아이러니다. 거베라의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이러한 관행부터 타파해야 한다.

꽃은 패션이다. 유행이 있고 유행을 선도하는 자만이 시장을 선점하고 지배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거베라를 육종하는 기업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포함하여 경상남도기술원, 경상북도기술원 등 3개 기관에서 거베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기존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대륜 반겹꽃 거베라를 육성하면서 새로운 화형‧크기의 다양한 거베라를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거베라의 소비를 일상생활로 끌어내 내수시장을 확충한다면 세계 거베라 유행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종택<농진청 원예원 화훼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