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변화와 ICT, 그리고 작물 생산 예측
미래의 변화와 ICT, 그리고 작물 생산 예측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4.1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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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ICT의 발전으로 생육 예측 가능성 점검 확대
CCTV로 교통상황 읽는 것도 가까운 미래 예측에 해당돼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농업에 관해 연구를 하면서 요즘처럼 농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 특히 컴퓨터를 이용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많지 않다. 그 주된 이유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앞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하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성장한 나라일 것이다. 또 기술적으로는 얼마나 빨리 변하였는가? 불과 20∼30년 전만해도 사람들이 모두 손에 컴퓨터를 들고 다닐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얼마 전에는 세계 바둑 최강자를 컴퓨터가 이겨버리는 일이 벌어졌고, 최근에는 자기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도 개발되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지구 온난화 등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환경까지도 변할 것이라고 예고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발전한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빠른 변화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 주위의 여러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 속도에 따라가야 된다는 부담과 함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경험상 앞으로도 세상은 더 빨리 바뀔 것 같은데, 어떻게 바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것에 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농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농업을 시작한 이래 1980년대 최초로 쌀을 자급한 이후 하우스농업, 자동화온실, 스마트팜 등 농업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였고 농업생산성도 계속 증가하여 왔다. 하지만 앞으로 기후변화로 이상기상의 발생이 많아지는 등 새로운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과거의 경험에 따라 농사를 지어오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미래가 과거의 경험과 같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에서 미래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이유이다.

사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알고자 했지만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공간적으로는 미래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의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아야 되고, 또 시간적으로는 모든 것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신이 아닌 인간이 시공간 상의 모든 것을 알 수가 있겠는가? 지금까지 그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과학과 컴퓨터 등 ICT 기술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농업에도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요즘 매일 아침 뉴스마다 CCTV로 전국 곳곳의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수 천 개의 인공위성이 하늘 위에서 전 세계의 곳곳을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아주 정밀하게 전 세계의 현재 상황을 알 수 있다. 넓은 지역의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안다는 것은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위성으로 태풍을 보고 앞으로의 태풍 피해를 예상하는 것과 같다. 최근 농업에서도 위성으로 농작물 주산지의 작물 생육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측하여 생산을 예측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최소한 공간적인 정보 획득 측면에서는 인간의 한계라고 생각하던 것을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은 세상의 여러 가지 인과관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태양, 지구, 달의 만유인력과 같은 규칙(인과관계)은 미래의 일식, 월식의 발생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게 해준다. 지금까지 어려운 점은 작물생육과 같이 많은 요인들이 상호작용할 경우에 인과관계를 알더라도 너무 복잡해서 계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컴퓨터가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풀어주고 있다. 알파고나 자율주행 차는 컴퓨터가 동시에 얼마나 많은 것을 계산하여 예측할 수 있는 지 보여주고 있다. 농업에서도 이와 같이 작물생육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들을 동시에 계산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작물 모형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지금은 인간 지식이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단계의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농업에서도 공간의 실시간 정보와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계산하여 미래의 작물의 생산과 품질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이 조만간에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농업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은 농업인이 시장이나 사회의 변화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경환<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