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품종 확산으로 비상하는 ‘과수산업’
우리 품종 확산으로 비상하는 ‘과수산업’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4.0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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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감동을 준 평창 동계올림픽이 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기억 속에 아로새길 올림픽의 명장면은 무수히 많겠지만, 농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컬링 경기에서 있었던‘딸기 해프닝’이 깊은 인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하프타임에 일본 선수가 한국 딸기(품종: 설향)를 먹고 ‘놀랄 정도로 맛있다’라고 말하면서 큰 이슈가 되었다.

‘설향’은 국제로열티 경감과 국산품종 자급률 제고를 목표로 2005년 농촌진흥기관에서 육성한 우수한 우리 품종이다. ‘설향’의 개발·보급으로 국산딸기 자급률은 2005년 9.2%에서 2017년 93.4%로 10여년 만에 급성장 하면서 사실상 품종 자급을 이루어내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설향’품종이 단기간 내에 확산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 이유로 우수한 품종 특성, 뛰어난 맛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배경을 종합적으로 기술한다면 바로‘국내 환경 여건에 최적화된 우리 품종’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국내에서 육성한 우리 품종은 육성 단계에서부터 한국의 기후와 토양, 즉, 재배환경에 최적화 된 계통들을 선발하므로 국내 재배환경에 매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이 선호하는 맛과 향을 지닌 계통들을 선발함으로써 자국 내 소비자 기호에 밀접히 부응하는 공급체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음은 물론, 다양한 숙기의 품종 적용을 통한 출하시기 분산으로 농산물 수급조절과 이에 더하여 산업 저변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국내육성 우수 우리품종 보급으로 우리 농산물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개방화 시대 수입 농산물 파고를 넘어설 수 있는 농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나가고 있다. 특히 과수를 중심으로 한 신품종 보급 사업을 집중 추진하며 사과 17.2%, 복숭아 32% 점유율을 달성하였고, 이외에도 감귤, 단감, 포도, 참다래 등에도 품종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보급 사업을 활기차게 진행하고 있다.

물론 아직 우리 품종 자급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신품종이 산지에 정착하기 어려운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개발한 신품종 소비시장에 크게 홍보되지 못하는 점, 과수는 영년생 작물로 기존 품종이 정착된 주산지에서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 신품종은 보급 특성상 소규모 생산으로 유통시장에서 가격 형성이 어렵다는 점 등이 제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분명 고품질·다수확 품종으로 용도나 숙기가 다양하고, 외국으로부터 로열티 분쟁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우리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위와 같은 문제들이 상존함으로써 확산에 문제가 있음을 간파한 농촌진흥청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게 되었다.

첫째, 신품종 육성 과정에서 육종가는 물론 농업인과 소비자, 유통종사자가 함께 동참하는 평가과정 운영으로 신품종 장단점과 특성을 확실히 파악함으로써 타 품종과의 차별성 및 우월성을 각인시켜 나가고자 한다,

둘째, 우리 품종 재배면적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사과, 배, 포도, 복숭아, 감귤, 단감 등 신품종 보급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그간 추진한 사업결과로 경북 문경‘감홍(240ha)’, 전남 나주‘추황배(’15, 548톤)’ 등 우리 품종이 전국적인 주산지의 유망품종으로 자리잡으며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우리품종 홍보 및 유통지원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신품종 재배농가의 소득 증대와 소비시장 인지도 제고를 위해 도매시장 경매사 대상 시장테스트 및 간담회와 공동판매 지원(180톤)을 추진하였고, 농협중앙회와 MOU 체결로 국내육성 신품종을 수도권 하나로마트에 대대적으로 홍보·판매하며

우리 품종 소비시장 교두보를 단단하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품종 대단위 물량 확보와 품목조직화로 시장교섭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년부터 전국 8개소에 우리품종 전문생산단지를 조성, 로열티 절감 및 품종자급률 제고와 시장 저변확대를 동시에 추진해 나가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이 있다. 여태껏 우리 과수산업은 드높은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특히 획일화된 품종편중으로 다음 세대로의 혁신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과수산업의 위기와 난제, 바로 가장 한국적인 우수한 우리품종으로 돌파구를 마련 해 나감은 물론, 더 나아가 바야흐로 우리나라 과일이 제2의 ‘설향’ 딸기처럼 세계 시장을 석권 해 나갈 수 있는 확고한 시대적 전환점이 되기를 고대한다.

■강성산<농진청 원예원 기술지원과 농촌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