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문제, 이젠 우리 생존문제이다
멧돼지 문제, 이젠 우리 생존문제이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3.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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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텔레비전에서 멧돼지가 시내 식당에 출몰해 당황해 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방송되었다. 도심지엔 흔하지 않은 광경이라 뉴스에 나올 법하다. 그러나 농촌 현장에선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멧돼지가 좋아하는 옥수수와 고구마는 아예 심지도 않을 뿐 아니라 피해가 잦은 산간지 논은 방치해 두기까지 한다. 농촌뿐만 아니라 도심지 공원을 가리지 않고 피해가 속출하여 농작물의 경우 작년 피해신고액만 47억 원에 달하고 3명이 사망하고 22명이 중상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는 멧돼지 피해를 줄이고자 전기울타리 시설을 늘리고 수렵장 개설기간을 늘려 총기포획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피해 입은 농가를 대상으로 피해보상을 하고 있으나 농가가 만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기 울타리시설은 특정 농가에게만 혜택이 갈 뿐이고 잡초 관리가 어려워 계속 시설유지를 못하는 농가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총기포획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거나 농가 피해를 받은 후 포획되는 개체수가 일부에 한하므로 근본적인 밀도감소 효과는 미미한 형편이다. 실제 작년 환경부 집계자료를 보면 더 명확하다. 전국에서 포획한 멧돼지 개체 수는 2012년 12,468마리였다가 2016년 33,317마리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국 멧돼지 서식밀도를 보면 2011년 100ha당 4.0마리였지만 2015년 5.0마리로써 오히려 증가되는 수치이다. 

멧돼지 밀도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줄여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전 세계 공통적인 관리방법이다. 외국의 경우 약 27%만이 수렵활동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총기포획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총기포획 과정 중에 오발탄 사고가 잦아 최근 3년간 8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총기포획만을 의존하기엔 멧돼지 밀도조절이 힘들고 인명피해도 수반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밀도관리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건 멧돼지 포획트랩이다. 약 57%의 농업인들이 트랩을 이용하고 있다. 과거 10년 전 우리나라에 도입된 멧돼지 포획트랩이 있었다. 그러나 이 트랩은 연속적 포획이 어렵고 작아서 1~2마리 수준의 멧돼지만 포획할 수 있었다. 또한 트랩이용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세부 지침서가 없어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적용이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포획트랩은 새끼와 큰 멧돼지가 자연스럽게 유입할 수 있도록 유입구와 트랩바닥을 개선하고, 쉽게 이동하여 조립과 설치가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연속적 포획이 이뤄지도록 문 구조를 개선하였고, 일련의 포획과정을 세부적으로 설명한 지침서를 제공하고 있다.

멧돼지의 밀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매년 멧돼지의 밀도를 조사하고 상습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피해특성과 관리방법별 멧돼지 행동 변화를 연구하는 과정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정부에서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관점에 따라 생물자원의 보존 측면은 환경부, 농작물 보호 측면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야생동물의 농작물 피해와 주거지 난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개발 관련 연구개발 부서는 없다.

우리나라 국토 64%가 산림지역이고 농업여건이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집약재배인 점을 감안하면 멧돼지 피해는 앞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멧돼지 밀도조절은 총력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포획트랩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포획트랩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기존 수렵인의 협조가 절실하다. 또한 지금이라도 야생동물 피해 관리연구를 전담하고 장기적 전략을 합리적이고 계획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연구기관을 신설하고 관련 전문가를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멧돼지에 의한 인명피해와 농작물 피해를 단순히 겉에 드러난 수치만 봐서는 미미하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멧돼지 출몰이 잦은 지역은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밤길 통행조차 불안해하고 있다. 멧돼지 문제는 이미 우리 생존 문제가 되었다. 근본적 문제해결에 전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진청 원예원 배연구소 송장훈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