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작물 품질 경쟁력 강화, 해충문제부터 해결해야
약용작물 품질 경쟁력 강화, 해충문제부터 해결해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1.29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들어 전통의학은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 정부의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TO)에서도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확대를 위해 전통의학을 장려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아시아의 전통의학인 한방에 대한 과학화와 표준화 작업이 중국, 한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표준화 작업에는 치료수단 외에 원료에 해당하는 한약재의 생산 및 유통품질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약재의 유통 중 품질관리에 있어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는 해충관리이다. 최근까지도 해충방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란이 있어왔고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한약재 저장해충은 한방분야의 안전한 원료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아직까지 기본적인 방제대책수립은 물론 현장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되고 있지 않아 대응이 시급하다.

약용작물은 보통 가을철에 수확한 후 겨울, 봄에 가공을 거쳐 한약재 등 식의약품 원재료로 유통된다. 유통과정에서는 저온에 저장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저온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하여 실온에 보관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해충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한약재 저장해충은 4목 12과 24종으로 보고된바 있는데 실제로 피해의 절반이상을 차지하여 문제가 되는 해충은 권연벌레, 화랑곡나방, 쌀머리대장 등 소수의 우점 해충들이다. 

저장해충에 의한 한약재의 훼손은 상품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자들의 불신을 야기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식약처의 보고에 따르면 유통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약재 구입직후 해충 및 미생물오염을 발견한 경험은 50%가 넘는다고 한다. 제조 및 유통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 왔으나 종종 해충문제보다 해충을 방제하기 위한 방법들이 더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예로, 과거에는 해충방제를 위하여 유황 등이 사용되었는데, 이렇게 훈증된 약재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호흡기 손상이나 폐암발병률 상승 등 인체 위해에 대한 우려가 있어 현재 각국에서 법으로 금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중국 박주시 등에서는 이와 같은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안내문이 관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해방지를 위해 많이 사용되었던 또 다른 방법은 화학훈증인데 이 역시 먹는 식품에 사용하기에 그다지 적절하지는 않다. 향후 화학방제 방법은 국내외적으로 입지가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친환경적인 방제방법 도입이 시급하다.

한약재 저장해충을 친환경적으로 제어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유통기간 내내 저온 저장하는 것이다. 저장해충들은 대개 열대나 아열대가 원산지인 경우가 많아 15℃ 이하의 온도에서는 발육이 정지된다. 따라서 15℃ 이하에 저장할 경우 더 이상의 해충번식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유통량의 대부분을 취급하는 중소 제조 및 유통업계의 경우 억대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저온저장시설 설치여력이 없어 이 방법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두 번째로는 포장방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의 한약재 포장재질은 매우 얇아 감초와 같은 목질성 한약재의 경우 쉽게 구멍이 뚫려 해충의 침입우려가 있으며 화랑곡나방 등의 유충은 비닐봉지를 쉽게 뚫고 침투할 수 있다. 비닐봉지가 튼튼하다고 하더라도 내부 한약재에 잠복하고 있던 알 등이 기온이 올라가면 부화하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 최근에는 한약재 포장지 내부에 질소나 CO2 등을 첨가하여 상온에서도 해충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개발 중에 있다.

세 번째로는 고온으로 살충하는 방법이다. 약용작물을 수확한 후 제대로 건조되지 않은 경우 나중에 한약재에서 더 많은 해충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으며, 현재 한약재제조공정지침상의 건조온도인 40~60℃는 해충을 어느 정도 살충할 수 있을 정도의 온도이다. 그러나 이미 건조된 한약재를 재차 건조하여 주기적으로 살충하는 것은 유통과정에서 실행하기 쉽지 않은 일이며 약재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반론이 있다.

네 번째로는 급속냉동 살충방법이다. 이 방법은 라면의 건조 스프에 들어가는 파, 당근 등의 가공공정에서 활용하는 방법인데, 비교적 단시간 내에 살충이 가능하면서도 저온저장과 같이 장시간 공간을 차지하거나 큰 시설이 필요하지 않아 상당히 유용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열거된 모든 친환경적인 방제방법에는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대한약전에는 해충방제와 관련하여 ‘생약의 치료효과를 변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친환경 방제라고 하더라도 한약재의 품질에 변화를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약재의 품질에 어느 선까지 변화를 주면 안 되는지에 관한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친환경 해충방제 정착을 위해서 관련 기준 마련 및 규정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우선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법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유통현장의 저온저장시설 확충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도 병행되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용일<농진청 원예원 약용작물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