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포도주의 세계화
우리나라 포도주의 세계화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1.1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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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포도주 역사는 1976년 파리의 심판이라 불리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나파밸리의 와인이 프랑스의 유명와인을 제치고 우승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포도주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좋은 기후, 좋은 품종, 양조기술이 모두 필요하며 이와 같은 삼박자가 잘 조화될 때 비로소 좋은 품질의 포도주를 생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포도주 수입개방 이전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에 맞는 생식용 포도인 캠벨얼리 포도를 이용해서 비교적 강우가 적은 경산, 영덕 지역에서 양조용 품종을 재배하고 포도주를 양조하여 상업적인 판매를 했었다. 이 당시 일부 양조용 품종을 이용한 포도주도 판매되었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포도주의 대부분은 진한 색과 단맛이 특징인 스위트와인이고 주로 식후 디저트 개념의 포도주였다. 이는 외국산 양조용 품종을 제대로 재배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기후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가 여름철 흔히 먹는 캠벨얼리 포도는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포도 품종으로 사시사철 마트에 진열되어 유통되는 수입포도와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같은 포도속에 속하지만 종이 다른 사촌뻘의 포도품종이기 때문으로 실제 수입포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Thompson Seedless, Flame Seedless, Red Globe 품종들은 유럽종 포도 품종으로서 서양의 기후에 알맞은 지역에서 생산, 유통되는 품종이다. 콩코드, 캠벨얼리 같은 품종은 미국종으로 알려진 또는 미국종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는 품종이다.

이 두 종간의 차이는 호랑이와 사자의 차이만큼이나 크고 양조용 품종의 경우 유럽종과 미국종의 차이는 더더욱 크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의 유명 양조용 품종을 재배하고 좋은 품질로 수확하기에는 겨울철이 너무 춥고 여름에는 너무 비가 많아 병 피해가 많다. 일조량, 시간도 부족해서 제 숙기에 수확하기에도 버거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 기후에서도 양조적성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적합한 품종이 절실히 요구된다.

포도 ‘청수’ 품종은 1993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육성된 국산포도 품종으로 미국종과 유럽종간의 교배에 의해서 우리나라의 기후에 적합하도록 선발된 양조용 품종이다. 캠벨얼리와 같이 재배관리가 쉬운 품종으로 재배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다.

일반적으로 백포도주의 경우 풍성한 향과 함께 상큼한 산미가 어우러져 좋은 느낌을 갖게 하는데 청수 포도주의 경우 이와 같은 두 가지 항목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그간 6년간에 걸친 포도주 평가회를 진행하여 청수포도주에 대한 양조적성을 소믈리에를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대조 수입포도주에 비해 우수한 양조적성을 확인하였다. 이와 함께 2016∼17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음회를 개최하였고 또한 국제포도와인기구(OIV)에서 인증하는 3대 와인시상식 중 하나인 ‘아시아 와인트로피'에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 연이어 골드상, 실버상을 받았다.

이와 같은 내외의 호평과 관심 속에 청수 와인의 품질에 대한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재배면적과 포도주생산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나파밸리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기까지 양조업자, 대학, 연구소가 한 몸과 같이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며 브랜드 네임을 높이는 수많은 노력을 해왔음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후에서 좋은 품질로 생산 가능한 청수 품종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포도주의 산업화에 대한 희망이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어 우리나라 고유의 독특한 포도주로 자리매김하고 이를 발판으로 침체된 포도산업의 새로운 지향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정성민<농진청 원예원 과수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