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수산업, 이제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다양성이 필요한 시대
우리나라 과수산업, 이제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다양성이 필요한 시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7.12.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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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이면서 기술자, 음악가이자 동시에 교수인 미국의 스콧페이지는 그의 저서「차이(2007)」에서 ‘다양성이 능력을 이긴다(Diversity trumphs ability)’는 혁신적인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는 어떠한 일이나 상황에서 비슷한 성향 또는 집단만이 모여 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되었을 때 문제해결 능력이 매우 향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군과 독일군의 전쟁이 한창 치열했던 제2차 세계대전, 독일군의 신형 잠수함 U보트의 어뢰로 인해 영국군은 전함 수백 척을 속수무책으로 잃게 되었다. 이는 U보트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곧‘블레츨리’라는 정보집단을 구축, 독일군의 교신내용을 신속히 파악하여 U보트의 위치를 알아내고 격침시키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문제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블레츨리의 구성원들이 모두 정보전문가들이 아닌 우체부, 체스 챔피언 등으로 아주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오늘날 구태여 기업경영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히 많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 식품 소비는 바야흐로 다양성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다양한 제품을 접할 기회가 갈수록 많아지는 소비자들은 스스로의 취향을 알아가면서 점차적으로 까다롭게 소비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것은 농산물 소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단순 돼지고기 구입에 있어서도 버크셔, 듀록, 이베리코 등 보다 다양한 품종들을 소비자는 선호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전체적인 과일소비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점, 과연 우리 과수산업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소비자가 선호(選好, 많은 것 중에서 좋아함 / 先好, 먼저 좋아함)하는 다양한 맛과 향이 있는 과일생산으로 소비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산지를 육성해 나가는데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과수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품종 편중현상을 해결하고, 동일한 과종 내에서도 숙기분산을 통한 다양한 조·중·만생종 연속출하로 과일소비를 지속적으로 견인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국내에서 육성한 다양한 우수 우리 품종 보급으로 시장저변을 확대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5년부터 추진해온 과수 국내육성품종 보급 사업을 통해 소비자 맞춤형 과일산지를 육성해 왔음은 물론, 특히 내년부터는 우리 품종 시장교섭력 확보를 위한 품목별 조직화를 도모하기 위해 사과와 배를 중심으로 우리 품종 전문생산단지를 집중적으로 조성해 나가고자 한다. 

또한 농촌진흥청과 농협 간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하여, 산지에서 육성한 다양한 우리 품종이 소비시장에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농협 하나로클럽 수도권 주요 매장에 시기별과 과종별로 우리 품종 제철과일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농산물 시장에서 능력(고품질)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왔고, 물론 지금도 중요한 지표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어려워져지는 우리 과수산업의 외연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성(다양한 우리 품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 조성, 그리고 이에 뒤따르는 능력(고품질)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수립과 의식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강성산<농진청 원예원 기술지원과 농촌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