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 의한 생활권 수목진료제도 도입
전문가에 의한 생활권 수목진료제도 도입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7.09.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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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 생각하는 새로운 산림정책 패러다임

▲ 수목진료 현장진단 모습
국민들이 즐겨 찾으면서 휴식을 즐기는 아파트나 공원의 나무들이 병해충을 포함한 여러 원인에 의해 아파하고 있을 때 적절하게 잘 조치됐을까? 현재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2010년 (사)한국수목보호협회에서 조사한 아파트단지 내 수목병해충 관리실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병해충 방제의 약 90%가 위생해충 소독업체 등 비전문가가 실시했다. 또한 고독성 농약의 사용 빈도가 56%, 살균제 및 살충제의 부적정한 처리가 78%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나무의 관리에 있어 매우 우려할만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전국의 아파트단지, 근린공원, 학교 숲 등 생활권 수목에 발생하는 병해충을 포함한 각종 수목의 피해를 진단하고 처방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 자격자가 부족하고 법과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의한 수목진료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관계자 및 국민들의 이해도 부족하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해 12월27일 나무의사제도 도입을 기본으로 하는 산림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수목진료제도가 시작되고 있다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 생활권 수목진료의 외국사례

미국은 1930년대부터 전문가에 의한 수목진료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국제수목관리협회(International Society of Arboriculture)의 공인수목관리자와 도시림관리자 등 전문자격제도가 있다. 아울러 주에 따라 다르지만 수목전문가와 수목관리 작업자 등 주정부 개별 자격증 제도가 있으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수목서비스면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유럽수목관리위원회(European Arboricultural Council, EAC)에서 관리하고 있는 유럽수목기술자와 유럽수목기술자제도가 있다. 영국에서는 영국고용기술위원회 주관의 통합자격평가체제를 두고 Level1(기능인)부터 Level7~8(박사급 선도적 전문가)의 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독일수목관리자그룹 등 5개 단체가 있으며 수목검사원 자격제도가 있다. 일본에서는 1992년부터 일본녹화센터 주관의 민간자격증인 수목의(樹木醫, 나무의사로 번역)제도를 갖추고 있는데 2012년 동경대학교 등 전국 48개 대학에 지정돼 있는 수목의보(樹木醫補) 양성기관의 졸업자에게 ‘수목의보’자격을, 수목의보 1년 이상 경력자에게는 엄격한 시험과 연수과정을 거쳐 ‘나무의사’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 국내 수목관리 전문자격제도의 현황·문제점

▲ 수목진료 기술교육 장면
1976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나무병원이 설립돼 지금까지 수목치료를 담당하고 있으나 법적 근거는 미약했다. 2001년 국가공인 민간자격인 수목보호기술자 자격검정(한국수목보호협회 주관)이 시작되고 같은 해 ‘산림자원조성에 관한 법률’에 매우 간단하지만 나무병원의 설립기준 등 근거가 마련된바 있다.
지난해 나무의사제도 도입을 위한 산림보호법이 개정돼 2018년 6월에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까지는 나무병원을 설비할 수 있는 기술자격은 수목보호기술자(산림청), 식물보호기사, 식물보호산업기사(이상 농림축산식품부)이다. 그러나 벼, 채소 및 원예 등 작물학 위주의 과목들에 대해 시험을 치르는 식물보호기사의 직무분야가 임업으로 분류돼 있으며(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 문화재수리기술자(문화재청)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식물(나무 포함)만을 대상으로 하는 등 이들 전문자격제도의 담당부서가 제각기 다르고, 또한 직무범위 또한 모호한 부분이 있어 우리나라의 수목진료체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생활권 수목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업체(또는 주체)로는 수목피해의 진단·처방·치유를 담당하고 있는 나무병원(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외에도 조경 수목의 식재·유지·관리를 주 업무로 하는 조경업체(건설산업기본법), 실내소독과 해충구제 담당의 소독업체(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아파트 및 부대시설 관리를 할 수 있는 아파트관리소(주택법) 등이 있는데, 수목진료의 선진국의 잘 정비되고 전문화된 수목진료체계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수목진료체계는 개선할 점이 많이 있다. 

# ‘나무의사제도’ 도입 경과와 법 내용

생활권 수목진료 분야의 세계적인 흐름에 비해 늦었지만 산림청은 관련 학계 및 업계와의 오랜 기간의 논의와 준비를 거쳐 법에 기초한 새로운 수목진료제도의 도입을 준비해왔다.
2011년에 산림보호법 제 2조의 산림병해충에 대한 정의를 새로이 정했으며 그 내용은 『“산림병해충”이란 산림에 있는 식물과 산림이 아닌 지역에 있는 수목(농어업재해대책법 제2조 제4호에 따른 농작물은 제외한다)에 해를 끼치는 병과 해충을 말한다.』이다. 즉 산림청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산림병해충의 업무 대상이 산림에만 한정돼 있었던 것을 『산림이 아닌 지역의 수목』으로 확대되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산림이 아닌 지역의 수목』은 아파트 녹지, 학교 숲, 도시 숲, 도시 공원, 사회·복지·청소년 등 다중이 이용하는 생활권 녹지의 수목, 다시 말해서 생활권 수목들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생활권 수목진료제도의 구체적 사항을 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노력의 결과로 나무의사 등의 자격취득(제21조의 4), 나무의사 등의 양성기관 지정 등(제21조의 7), 나무병원의 등록(제21조의 9), 나무의사회 설립(제21조 11)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림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2016년 12월27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 법률이 주는 의미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전문가에 의한 생활권 수목의 진료가 법적인 체계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산림청에서는 나무의사 양성기관의 지정 기준 및 절차, 나무의사 자격시험과목의 수와 내용, 나무의사협회 설립, 나무병원 등록 기준(특히 산림자원조성에 관한 법률내용 정비 포함), 권한의 위임·위탁 등 개정안의 법조문을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각 법조문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제정 준비를 하고 있으며 타 부처, 대학, 단체, 관련 업계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2018년 6월말까지 확정, 시행할 계획이다.

# 전문가(나무의사)에 의한 수목진료의 의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무의사제도를 도입한 법 개정의 가장 큰 의미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선진적인 수목진료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법 제 21조의 3의 『수목진료에 관한 시책의 수립·시행』과 관련해 수목진료의 대상은 수목병해충만이 아니며, 병·해충과 생리적 피해를 포함하는『수목의 피해』라는 점이다.
생활권 수목관리는 나무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담당해야 하는 전문 분야다. 많은 생물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긴 수명을 지닌 나무, 특히 도시의 나무는 심겨진 자리에서 각종 대기오염물질, 염화칼슘 등 제설제, 만성적인 수분과 양분 부족, 답압, 생육 공간 부족 등을 겪으면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며 또한 각종 병해충에 의한 피해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생활권 수목의 피해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하기 위해서는 토양학, 수목생리학, 기상학, 수목병리학, 수목해충학, 산림보호학, 농약학, 관련법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많은 임상경험이 필요하다. 수목피해의 진료(진단과 처방)가 전문 분야이어야 하고 정부가 법체계를 정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쾌적하고 녹지생활을 위해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면적인 9.0㎡ 이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며, 도시림 면적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향후 수목진료를 담당할 전문가의 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승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장은 “비록 정부가 기본적인 체계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나무의사와 이들을 교육하고 배출할 양성기관이 새로운 수목진료제도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울러 관련 대학 및 업계가 같이 노력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제도로 정착시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