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고온기에 정상적인 작물재배를 위해서는 온실 내부 온도를 낮추어 주어야 한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방법으로 에어컨과 같은 냉방장치 도입을 이야기 하지만, 온실은 일반 건축물과는 달리 태양광 유입이 잘 되도록 설계된 구조물이기 때문에 단열정도가 낮고, 주간에 태양 복사열이 축적되어 온실 내부 기온이 40℃를 넘기도 한다.
따라서 냉방장치를 도입하기에는 설치비용과 전기 사용량이 높아 경제성이 없다. 온실 내부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물이 기화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아 온도를 떨어뜨려 주는 간접 냉방기술이 있다. 이를 증발냉각법이라 하며 선진 외국 농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온실에 적용하고 있다. 증발냉각을 이용한 기술은 에어컨과 같은 냉방장치에 비하여 설치와 운용에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 온실에 도입하여 운용할만하다.
증발냉각의 대표적인 기술로 패드앤팬 시스템과 포그냉방 시스템이 있다. 패드앤팬 시스템은 온실 한쪽 벽면에 물을 흘려주는 패드와 반대편 벽면에 배기용 팬을 설치한 고정형 시설이다. 냉방원리는 배기 팬을 작동시키면, 팬에 의해 외부의 공기가 물에 젖은 패드 사이를 통과할 때 물이 증발하게 되고 이때 공기가 냉각된다. 이렇게 냉각된 공기가 온실 내부를 통과하면서 온도를 떨어뜨리고 최종적으로 팬 밖으로 내보내지게 된다. 패드와 배기팬 설치에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형 온실이나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육묘, 화훼류 재배시설에 주로 쓰이고 있다. 또한 고정 설치된 패드 때문에 겨울철에 광투과율이 좋지 않으며 온실 내 온도 분포가 균일하지 않은 단점이 있어 국내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기화 냉각의 또 다른 방식인 포그냉방 시스템은 온실 상부에 일정 간격으로 노즐을 설치하고 공기 중에 물방울을 포그 상태로 무화시켜 냉방하는 방식이다. 온도가 높은 온실 내부 공간에 미세한 물 입자가 분사되면 증발잠열(물이 증발할 때 주위 공기로부터 빼앗는 열)에 의해 공기가 냉각되는 원리이다.
물방울 입자가 가늘어야 기화하기 쉬우므로, 적당한 노즐을 선정하여 물방울 입자가 50㎛(0.05㎜) 이하의 크기로 실내에 분사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농약 방제용 노즐에서 나오는 물 입자의 1/4 정도로 아주 크기가 작다. 그러나 물을 미세한 입자로 무화시키기 좋은 노즐이라도 분무압력에 따라 물방울 입자크기가 달라지므로 분사압력 조절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내 상대습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증발효율이 좋아지므로 냉방효과도 크게 된다.
실내 기온이 상승하면 온도 증가에 따라 상대습도가 낮아지는데, 우리나라 여름철 맑은 날 온실내부 상대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으므로 증발냉각이 가능하다. 비가 오는 날이나 장마기에는 공기 중 습도가 높아져 냉방효과가 없어 포그 냉방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맑은 날에도 포그를 지속적으로 분사하게 되면 온실 내 상대습도가 높아지게 되어 냉방효과가 떨어지며, 또한 포그 입자가 작물 잎이나 줄기에 부착되어 병해의 우려가 있게 되므로 환기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온실 내 환기팬이 없거나 용량이 작아 환기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 자연환기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온실에서는 환기창을 전부 개방한 상태에서 포그 작동 시간과 정지 시간을 1~5분 범위 내에서 반복하도록 타이머 작동주기를 설정하여 온실 내부가 과습하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한다.
환기장치의 가동이 가능한 온실이라면, 온실의 환기회수를 높여야 냉방효과가 올라가므로 환기가 적극적으로 되도록 팬을 가동시켜야 한다. 온실 환기율이 분당 0.3회 이하이면, 포그 냉방을 해도 효과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즉 온실 내 습도를 빨리 낮추어야만 포그를 분무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므로 환기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포그냉방시스템은 온실내부에 그늘을 형성하지도 않으면서 온실 온도를 낮추기 위한 유용한 장치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운용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작동시킨다면 작물에 악영향을 줄 여지가 다분하다. 포그 분무 시 중요한 것은 온습도와의 관계를 인지하고 포그 작동시간의 결정과 온실 내 환기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승희<농진청 원예원 시설원예연구소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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