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품종의 미래
감귤 품종의 미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7.06.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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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수입 과일이 시장에 넘쳐나 위상이 전과 같지 않지만 감귤은 여전히 전 세대를 아울러 인기가 여전하고, 우리나라에서 한해 1인당 소비가 가장 많은 과일이다. 그런데, 한라봉이 인기를 얻기 전 소비자가 알고 있는 감귤 품종은 그냥 ‘감귤’이었다. 감귤이라는 용어는 밀감으로부터 오렌지, 레몬 등 모든 종류를 통칭하는 용어이지만, 예전엔 그냥 감귤이라 불렀고 이건 노지에서 재배되는 온주밀감을 말하는데, 그렇게 통용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국내에서 재배되는 감귤엔 품종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단지, 10월 상순부터 빨리 시장이 나오는 종류, 겨울철 늦게까지 나오는 종류 정도로 분류가 되었다. 그러면 소비자는 어떻게 인식을 할까? 아마도 모양이나 향, 맛이 별반 다르지 않기에 간단히 생각해보면 아마도 맛있는 귤, 맛없는 귤 이 정도로 생각했을 것 같다. 한라봉이 나오면서 국내에는 비로소 품종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소비자는 감귤에서도 브랜드를 소비하는 형태로 바뀐다. 그런 후, 감귤 품종은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등 비교적 다양하게 재배되고 소비되는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품종명은 브랜드 명인데 요즘 곰곰이 생각해보면, 필자가 시장에 감귤을 사러 갔는데 천혜향과 레드향이 같이 있다고 가정하면, 과연 뭘 살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요즘 어떤 품종이 제철인지를 따져 볼 것이고 옆집 사람이 어제 뭘 먹었는데 참 맛있더라는 주변의 평가와 본인의 과거 경험, 판매대에 진열된 과일의 시각적 끌림 등 여러 가지를 동원해서 결정할 것이다. 이 장황한 설명을 딱 줄여서 말하면, 역시 ‘맛있는 품종’을 고른다이다. 그렇게 되면 역시 또 품종이 다양해도 소비자의 선택은 맛있는 과일과 그렇지 않은 과일로 단순화 된다.

필자가 종종 말하곤 하는데, 만일 소비자가 레몬을 사러 시장에 갔는데, 레몬 옆에 맛있어 보이는 오렌지도 있고, 한라봉도 있다고 가정하면, 소비자는 선택에 다시 어려움을 겪을까? 라고 생각하면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레몬을 사고자 하는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한라봉은 소비자가 원하는 목적의 레몬을 대체하지 못한다. 필히, 레몬을 산 다음에 한라봉을 살지 말지 고민할 것이다. 물론 레몬 옆에 라임이 있으면 상황은 달라지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지만, 중국, 호주, 일본 등 외국은 크기가 작은, 그러니까 노지 감귤의 1/3 크기 정도의 감귤 과일에 대한 일정 부분의 수요가 있다. 소포장 유통 흐름과 휴대 편리성 등등의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미니향’이라는 품종이 있는데, 아직 보급 초기라서 소비자에게 가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수확 노동력이 많이 든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이 품종을 선택하는 농가들이 있다. 그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론은 ‘차별화’이다. 그 농가들은 맛 이외에 뭔가 다른 것을 원한다. 그 다르다는 것이 과일 특징상 몇 가지로 뚝딱 개념화 할 수는 없지만, 기존에 없던 거를 원한다고 볼 수 있다.

‘미니향’은 앞에서 언급한 소비자의 선택뿐만 아니라, 유통측면에서도 다양함을 줄 수 있다. 지금으로선 확정할 순 없지만 ‘미니향’ 품종은 아마도 작게 소포장 되어 집 가까운 편의점에서 살 수도 있고, 도시락의 한 귀퉁이에 한 알씩 들어갈 수도 있다. 작은 크기가 주는 장점 중에 하나라 생각한다.

요즘은 점점 품종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인데 품종이 다양해진다고 차별화 측면에서 부각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소비자는 오감에 더해 건강, 편리성, 이용성 등 다양함을 요구한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변화에 맞춰 다양한 품종들을 개발하고 있는데, 가까운 미래 시장에서 소비자가 색다른 감귤 과일을 먹어보는 장면을 종종 즐겁게 상상해본다.

■윤수현<농진청 원예원 감귤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