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확후품질관리센터’ 건립의 당위성!
‘농산물 수확후품질관리센터’ 건립의 당위성!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7.06.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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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농산물 수확 후 품질관리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국가의 경제 규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농업의 생산 및 유통 형태가 다품목 소량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내 실정에서 수확 후 품질유지 및 상품성 향상을 위해서는 대규모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 Agricultural products Processign Center)의 지원 및 건립보다는 지역의 품목에 적합한 중소규모의 APC를 개보수 지원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며 수확 후 품질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간이 될 것이다.

수십 년을 지켜봤듯이 대규모 APC는 규모에 맞는 원물 확보도 쉽지 않을 뿐더러 가동률에서도 경제성이 낮기 때문에 투자에 대비하여 많은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 농업구조와 지역 농산물의 특성을 살리려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강하지만 소규모인 ‘강소 APC’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대규모를 제외한 중소 APC(저장고 1-2개만 가지고 있는 수준도 포함)는 전국에 700여개가 산재해 있는데, 이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으로 지역 특산물의 품질 유지를 위한  ‘강소 APC’로 탈바꿈 시킨다면 국내 농산물의 수확 후 관리, 유통의 저변은 선진국 수준에 보다 빠르게 도달할 것이다.

이와 병행하여 해외로 수출되는 농산물의 품질관리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확 후 관리 수준보다는 한 단계 높게 유지되어야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일본의 파프리카 시장에서 네덜란드산이 한국산 보다 가격 우위에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가격의 차이는 선진국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의 브랜드 가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확 후 품질관리 기술의 수준 차이에서 오는 것이 주요인이라 할 수 있다. 농산물을 수확한 후에 예냉(세척) → 선별 → 포장 → 운송 → 수출 현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상품성 유지를 위한 다양한 기술들과 개념들이 접목되고 투입이 되어야 하고, 아울러 이러한 기술들이 투입되어야 할 ‘강소 APC’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농산물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구조로 점점 변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식탁을 점령해 오기 시작한 바나나, 오렌지, 망고, 체리 등은 더 이상 미미한 수준에서 소비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사람이 일년에 소비하는 과일 채소의 양은 한정되어 있고 수입산 과일을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한다면, 우리가 어릴 때부터 늘 먹던 과일은 누가 소비를 더 할 수 있겠는가?  답은 “더 소비하기 어렵다” 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산해 낸 신토불이 과일과 채소는 어디로 가야 하겠는가? 답은 ‘수출’이다. 땅에 뿌리를 묻고 양분을 공급받아 생산된 농산물이 수확이 된 이후에는 더 이상 농산물로 봐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철저한 ‘상품’으로 둔갑을 해야 한다. 그 관점과 초점은 오로지 ‘품지 유지’에 있다.

공산품을 취급하는 무역상들이 한두 컨테이너 실어서 어느 낮선 이국땅에서 팔리는 그런 방식으로는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 길은 요원하다. 수확된 이후에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서 수출 현지에 도착해서 유통되는 전과정까지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수확 후 수출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어야 만이 우리 농산물은 수출 후에도 상품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그래야만이 수입국 소비자들이 한국의 농산물을 인정하고 찾을 것이다. 이러한 농산물이 상품성으로 인정  받아 제값에 지속적으로 팔리게 하려면 수확 후 품질관리 기술이 고도로 집중되고 투입이 되어야 만 가능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농산물 수출에 관한 정책, 연구, 품질관리, 검증, 모니터링 등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농산물 수확후품질관리센터’와 같은 총합적인 행정지원․연구관리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직은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모든 농산물의 품질유지를 위한 다양한 기술을 보급하고 관리하여 수출 현지에서 호평 받고 가격경쟁력을 가짐으로써 국내 농가 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수출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국내에 수입되는 농산물이 수입시 안전성 문제와 수입 후 유통되는 전단계를 모니터링 하여 상품성 유지를 위한 요소 기술들을 접목하고 투입한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서 크나큰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나 연구기관에서의 수확 후 관리 분야는 전통적인 육종, 재배 분야와 비교하여 아직도 그 존재가치가 미미하다. 모든 가치들은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 늘 변하기 마련인데, 우리의 먹거리인 농산물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안전성을 갖는 상품’으로 탈바꿈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농산물은 아직도 세계적인 ‘상품’으로 내놓기에는 갈 길이 멀다. 이제는 농산물을 철저히 ‘상품화’할 수 있는 ‘농산물 수확후품질관리센터’의 건립이 절실하다.

■홍윤표<농진청 원예원 저장유통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