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첨단 육종기술에 대한 전망
배추 첨단 육종기술에 대한 전망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7.03.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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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봄이 찾아왔다. 오늘 아침 식탁에는 벌써 달달한 봄동 된장국이 올라왔다. 옛날처럼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김장을 하지는 않지만, 작년 겨울에도 집집마다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김장을 하고 김치냉장고를 가득히 채웠을 것이다. 이처럼 배추는 한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채소로, 김치 재료뿐 아니라 국, 찌개, 볶음 등 다양한 음식재료로 소비되고 있다.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살 수 있는 배추는 70년대 시장에서 보아 왔던 배추와는 다르다. 예전 어른들 말처럼 ‘플라스틱’처럼 똑같이 생긴 배추가 크기도 크고, 속도 알차고, 맛도 더 고소하며, 반으로 잘라보면 선명한 노란 속잎이 예쁘고 곱게 싸여 있다. 우장춘 박사 이후 많은 농업 연구자들의 노력 끝에 우리나라 배추 육종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종 개발 기술을 갖게 되었고, 국내 배추 종자 시장의 국산화를 달성할 만큼 맛좋은 국산 배추 품종들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종자 전쟁’이라는 말은 이제 생소하지 않다. 우리나라 종자시장에서 종자 주권을 되찾은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여러 육종가들이 불철주야 노력해서 겨우 이룬 성과이다. 하지만 지금도 국내 시장에는 국내 종자 회사와 해외 종자 회사의 무기 없는 ‘종자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에 소비자들의 입맛도 다양해지고 김치를 자주 안 먹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배추시장은 새로운 개척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 등 해외 수출을 목표로 할 경우 우리의 김장 배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복합 병 저항성 품종이나 항암 성분이 많이 함유된 배추를 개발하는 등 육종가들은 오늘도 신품종 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해외 종자 회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소비자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신품종 개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식물은 공산품이 아니기에 신품종 개발은 신상품 개발과는 달리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한 전통적인 방식의 육종은 빠른 변화에 익숙한 최근의 소비자들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이렇게 육종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여교배’라는 과정 때문이다. 여교배란 기존 품종의 우수한 품질은 유지하면서 한두 가지 단점을 개량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보통 병 저항성 등 단점을 극복하는 형질을 도입하는 경우, 맛의 변질 등 원치 않은 형질들도 딸려 오기 때문에 부모 세대의 우수한 기존 품종과 여러 번에 걸쳐서 다시 교배를 하여 원치 않은 형질을 제거하고 단점 외에 나머지 우수한 품질은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생명공학기술은 이러한 농업의 어려운 부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이미 해외의 다국적 농업회사들은 이러한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GMO 등에 대한 염려가 씻기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생명공학기술은 마냥 좋게만 보이진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개발되는 생명공학 기술을 GMO나 LMO에 대한 염려 없이 여교배 같은 육종과정에 접목시킬 수는 없을까? 사람의 게놈 지도가 만들어지고 뒤이어 다양한 동식물의 유전정보가 해독되어 지도가 만들어졌다. 게놈 지도란 동식물의 특정한 유전정보를 담은 유전자나 연관된 DNA 조각의 위치 및 배열 순서를 밝힌 것이다.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면 사람의 경우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고 작물의 경우 보다 좋은 품질의 식물을 골라낼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지표들을 ‘분자마커’라고 한다. 배추는 2011년, 지부라는 중국 배추를 재료로 하여 게놈 지도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배추 품종의 유전정보와는 차이점이 많다. 최근 개발된 유전정보 분석 기술을 통해 중국 배추의 유전정보와 우리나라 배추 20개의 유전정보를 비교하였다. DNA 유전정보에는 개체별 유전적 차이를 나타내는 수만 개의 ‘단일염기다형성 (DNA를 이루는 A,T,G,C 구성의 차이)’이 있다. 이렇게 방대하고 귀중한 생명정보를 어떻게 이용해야 육종가들의 수고를 덜 수 있을까?

이러한 ‘단일염기다형성’들은 특정한 형질 관련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수만 개의 ‘단일염기다형성’ 중 쓸 수 없는 정보들은 제외하고 좋은 분자마커로 사용할 수 있는 핵심 정보만을 모아서 분자마커 세트를 만들면 배추 여교배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이러한 생명공학 도구를 이용하면 배추 육종 기간을 3년 이하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기존의 배추 품종에 항암기능 같은 몇 가지 특징을 보완해 더욱 우수한 품종을 개량할 경우 분자마커 세트를 이용하면 어린 식물 단계에서 쉽게 좋은 배추를 골라낼 수 있다.

연구 결과, 배추는 10개의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10개의 염색체에서 고르게 40~50개 분자마커들을 개발하여 약 400여개의 분자마커로 이루어진 여교배 세대 단축 마커 세트를 개발 할 수 있었다. 이 첨단육종 기술은 한 번에 약 100개의 배추들을 분석할 수 있는 첨단 기술로 개발되어 사용이 더욱 편리하다. 

개발된 분자마커세트는 또한 배추의 여러 품종을 DNA만으로 분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국내산과 중국산 배추를 구별하거나 다른 여러 회사의 배추 품종을 구별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앞으로는 이용이 쉬운 이러한 분자표지 세트를 배추 육종에 이용하면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여 신속한 품종 개발을 할 수가 있어 우리나라의 종자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김진희<농진청 원예원 채소과 농업연구사>